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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 땅에서 맞는 잔인한 여름이다.
잇단 불운과 일련의 사건들
트레비스의 마지막 승리는 지난 6월29일 부산 롯데전. 시즌 7승째(5패)를 기록한 그는 이후 8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만을 기록했다. 7월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승리하지 못했지만 내용이 훌륭했다. 4경기에서 3경기가 퀄리티 스타트였다.
좋지 못한 사건이 겹쳐서 일어났다. 8월 첫 경기였던 2일 잠실 두산전에서 양의지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타자가 홈런 타구를 확인하고 천천히 베이스를 돌았다는 이유로 양의지에게 항의하고 김민호 코치와도 언쟁을 벌였다. 허리 통증으로 로테이션을 한차례 거르고 14일 대구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 트레비스는 5회 채태인과 빈볼 시비로 언쟁을 벌였다. 시즌 초에 비해 한껏 예민해진 상태임을 입증한 일련의 사건이었다.
20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5회 유한준의 타구에 무릎을 강타당하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다행히 단순 타박상으로 밝혀졌지만 8일 후 등판한 광주 SK전에서 또 다시 3이닝만에 강판됐다. 4경기 연속 조기강판이었다.
마운드 위에서의 '흥분'은 지속적으로 플레이를 해야하는 투수에게 불리하다. 좋지 않은 몸상태가 그를 예민하게 했는지, 격한 감정이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쳤는지 원인과 결과는 본인만이 아는 문제다.
문제는 무릎이 아니다
트레비스는 28일 SK전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 직구 최고 시속이 143㎞에 그쳤다. 147~149㎞까지 스피드건에 새기던 그였다. 어쩔 수 없이 변화구 의존이 많았다. 코칭스태프는 정상 구위가 아니라는 판단 속에 한 템포 빨리 그를 마운드에서 내렸다. 팀 승리 뿐 아니라 선수 보호 차원도 있었다.
처음에는 직전 경기에서 맞은 무릎 통증이 문제일지 모른다는 판단을 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팔 스윙 등 전체적인 밸런스가 썩 좋지 않았다.
조범현 감독은 "무릎이 문제가 아니라 어깨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피로 누적 현상이라면 무조건 휴식이 정답이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KIA의 잔여 경기 일정은 빡빡하지 않다.
트레비스로선 늦어도 선선해지는 가을잔치 이전까지 완벽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좌타자가 많이 포진한 SK(2승1패, 방어율 1.59)와 삼성(1승1패, 4.24)과의 일전에 꼭 필요한 핵심 선발투수이기 때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