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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한대화 감독이 아내에게 큰 부상을 안긴 사연을 소개했다.
정원석은 지난 18일 SK와의 2군경기 도중 바운드되는 볼을 잡으려다가 오른쪽 눈밑을 맞는 바람에 안와 골절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한 감독은 "사구에 맞으면 몰라도 수비하다가 그렇게 큰부상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때는 바야흐로 1986년 1월. 당시 '한대화 트레이드 파동'이 일어났다. OB(현 두산) 소속이던 한 감독은 양승호 감독(롯데)-황기선과 함께 해태(현 KIA)로 트레이드 됐다. 고향팀 빙그레(현 한화)로의 이적을 원했던 한 감독은 이에 반발하며 60일간 임의탈퇴 선수가 됐다.
임의탈퇴로 대전 집으로 돌아온 한 감독은 쉬는 동안 훈련을 게을리 할 수 없어 집 마당에 그물을 쳐놓고 티배팅 연습을 했다. 티배팅을 하려면 누군가 볼을 토스해줘야 한다.
소속팀 훈련이면 코치가 해주지만 집에서는 딱히 해줄 사람이 없었다. 결국 한 살 터울의 아내 윤향수씨가 코치역을 맡았다.
한데 어느 날 한 감독이 배팅한 볼이 그물을 고정시키기 위해 얹어놓은 돌에 맞고 튕기면서 아내 윤씨의 눈을 정통으로 가격하고 말았다. 야구선수 남편 내조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한 감독은 "눈은 시퍼렇게 멍들고 죽겠다고 고통을 호소하는데 미안해서 몸둘 바를 몰랐다"고 회상했다.
결국 이 사건은 '대둔산 칩거 사건'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한 감독의 대둔산 칩거는 한국 야구사에서 유명한 일화다. 당시 한 감독은 전북 대둔산에 들어가 수행을 하다시피 살았다.
무려 47일간 도끼로 나무를 비스듬히 깎으며 스윙 연습에 몰두했고, 고시생과 스님 지망생들과 함께 도를 닦은 적이 있다.
한 감독은 "당시 20만원의 거금을 주고 티배팅 기계를 구입해 대둔산으로 들어갔다"면서 "아내가 다치지 않았더라면 대둔산 수양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며 껄껄 웃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