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대화 감독 1986년 대둔산 칩거사건의 내막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8-28 15:50


한화 한대화 감독.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한화 한대화 감독이 아내에게 큰 부상을 안긴 사연을 소개했다.

한 감독이 숨은 사연을 공개하게 된 계기는 한화 1루수로 뛰던 정원석의 부상때문이다.

28일 LG전에 한 감독과 취재진이 대화를 하던중 정원석의 부상이 화제에 올랐다.

정원석은 지난 18일 SK와의 2군경기 도중 바운드되는 볼을 잡으려다가 오른쪽 눈밑을 맞는 바람에 안와 골절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한 감독은 "사구에 맞으면 몰라도 수비하다가 그렇게 큰부상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더니 "눈 부상하니까 생각나네. 나도 우리 집사람 잡을 뻔했지"라며 웃지못할 일화를 소개했다.

때는 바야흐로 1986년 1월. 당시 '한대화 트레이드 파동'이 일어났다. OB(현 두산) 소속이던 한 감독은 양승호 감독(롯데)-황기선과 함께 해태(현 KIA)로 트레이드 됐다. 고향팀 빙그레(현 한화)로의 이적을 원했던 한 감독은 이에 반발하며 60일간 임의탈퇴 선수가 됐다.

임의탈퇴로 대전 집으로 돌아온 한 감독은 쉬는 동안 훈련을 게을리 할 수 없어 집 마당에 그물을 쳐놓고 티배팅 연습을 했다. 티배팅을 하려면 누군가 볼을 토스해줘야 한다.


소속팀 훈련이면 코치가 해주지만 집에서는 딱히 해줄 사람이 없었다. 결국 한 살 터울의 아내 윤향수씨가 코치역을 맡았다.

한데 어느 날 한 감독이 배팅한 볼이 그물을 고정시키기 위해 얹어놓은 돌에 맞고 튕기면서 아내 윤씨의 눈을 정통으로 가격하고 말았다. 야구선수 남편 내조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이다.

한 감독은 "눈은 시퍼렇게 멍들고 죽겠다고 고통을 호소하는데 미안해서 몸둘 바를 몰랐다"고 회상했다.

결국 이 사건은 '대둔산 칩거 사건'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한 감독의 대둔산 칩거는 한국 야구사에서 유명한 일화다. 당시 한 감독은 전북 대둔산에 들어가 수행을 하다시피 살았다.

무려 47일간 도끼로 나무를 비스듬히 깎으며 스윙 연습에 몰두했고, 고시생과 스님 지망생들과 함께 도를 닦은 적이 있다.

한 감독은 "당시 20만원의 거금을 주고 티배팅 기계를 구입해 대둔산으로 들어갔다"면서 "아내가 다치지 않았더라면 대둔산 수양은 없었을 지도 모른다"며 껄껄 웃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