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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볼시네마]한대화 감독 "김기태코치, 어느 절로 보내줘?"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8-28 13:33 | 최종수정 2011-08-28 13:33


LG 김기태 수석코치. 스포츠조선 DB


한화 한대화 감독은 1994년 LG 우승 시절 '우승 청부사'였다. 그런 그가 이번 주말 LG 3연전을 치르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양팀 모두 4강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가운데 만난 데다, 최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선배 박종훈 감독의 낯빛을 보자니 더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렇다고 야구계 최고 입담을 자랑하는 한 감독이 내내 무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치를 수는 없었다. 일부러라도 웃을 수 있는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여기에 LG 이병규와 김기태 수석코치가 딱 걸려 들었다. 이병규가 먼저 팀 훈련 시작을 앞두고 한 감독에게 인사하며 다가왔다.

한 감독: 야, 너 언제 쏠거냐.

이병규: 뭘 말입니까?

한 감독: 저번 올스타전에서 네가 MVP 탔다고 내가 끌어안고 좋아하면서 좋은 그림 만들어줬잖아.

이병규: 어휴, 저도 (한턱쏘느라)1000만원 정도 나갔어요.

한 감독: 그래도 자장면이라도 한 그릇 사야지. 내가 배번(9번)까지 너한테 물려줬는데.

이병규: 아, 그렇죠. 제가 계보를 잇고 있죠. 언제 한 번 모실게요.


이 때 김 코치가 다가오며 인사를 했다. 예의를 갖추기 위해 모자를 벗는 순간 최근 삭발한 머리가 드러났다. 한 감독은 박장대소를 했다.

한 감독: 야, 너 머리를 왜 그렇게 만들어놨냐. (훈련중인 LG 오지환을 가리키며) 쟤도 박박 밀었더구만.

김 코치: 아이고, 쑥스럽습니다.

한 감독: 속세를 벗어나고 싶어? 어느 절로 보내줄까?

이병규: (대전구장 맞은쪽 보문산을 가리키며) 저∼기 보문사로 보내드려요.

한 감독: 아니여, 이왕이면 좀 멀리가라. 김 코치는 선운사로 가고, 오지환은 불국사로 보내줄게.

김 코치: (연신 머리를 어루만지며) 수행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 감독: 너희들 내가 어떻게 동국대 나온 걸 알고 이렇게까지 몸으로 실천해 보이냐. (동국대 불교재단 학교다)

상대팀 후배들과의 만담으로 근심을 잠깐 털어낸 한 감독은 그제서야 홀가분해진 표정이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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