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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와는 특별한 인연이 있나보다.
25일 인천 두산전. 조동화의 활약은 5회부터 시작됐다. 3-4로 뒤지고 있던 SK는 김강민의 중전안타로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자가 조동화. 최근 조동화의 타격감은 그리 좋지 못하다.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히 희생번트 타이밍이었다. 그러나 조동화는 연속 볼이 들어오자 번트를 대지 않았다. 볼카운트 1-2에서 142㎞ 직구가 가운데로 몰렸다. 두산 3루수 이원석은 앞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동화는 번트를 대는 척하면서 그대로 툭 갖다 밀었다. 타구는 좌선상으로 빠졌고, 좌익수 김현수의 실책까지 겹치며 3루타가 됐다. 1루 주자 김강민은 홈을 밟았다. 4-4 동점. 결국 조동화 역시 최 정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홈에 들어왔다. 조동화의 재치가 경기흐름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조동화는 두 차례나 희생번트를 시도했다. 이번에는 진짜였다. 그런데 모두 실패했다. 조동화의 실수였다. 그런데 화가 복이 돼서 돌아왔다.
그는 끈질겼다. 투수 노경은의 강속구와 낙차 큰 커브를 모조리 커트했다. 풀카운트를 넘어 10구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10구째 또 다시 조동화는 결대로 밀어서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희생번트를 성공했다면 1사 2루. 그러나 그 실패로 얻은 달콤한 결과는 무사 1, 3루였다. 4회 교체돼 호투하던 노경은은 그 여파로 맥이 빠졌다. 결국 최 정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실점한 뒤, 대타 이호준에게 좌중월 3점홈런을 허용했다. 7회 대거 4점을 획득한 SK는 스코어를 9-4로 벌리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모두 조동화의 재치있는 플레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더욱 특이한 점은 또 있다. 조동화는 어깨가 다소 약하는 것을 제외하곤 완벽한 수비력을 지녔다. 반면 타격은 약하다. 주전을 확실히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반대로 이틀 연속 수비에서 '대형실수'를 저지른 뒤 공격에서 '대형사고'로 만회했다. 4-2로 앞서던 24일 두산전 9회 악송구로 2점을 헌납, 동점 빌미를 제공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절묘한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뽑은 바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두 차례의 맹활약이 있기 전 3회 1사 1, 2루 상황. 두산 김현수가 친 우익수 플라이성 타구를 잡지 못했다. 경기장 라이트에 가려 낙하지점을 잡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였지만, 아쉬운 장면이었다. 결국 SK는 3회에만 4점을 허용하며 기선을 제압당했다.
두 차례나 거듭된 이런 상황에 대해 조동화는 "지옥문턱에서 천당을 봤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가을이면 유독 맹활약을 펼쳐 '가을동화'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조동화. 혹시 그 시발점이 아닐까.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