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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욱 와일드씽 버리고 완급조절 얻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08-25 13:13 | 최종수정 2011-08-25 13:13


SK 엄정욱. 스포츠조선DB

SK 엄정욱의 별명은 '와일드 씽'이다. 2003년 국내 최고인 158㎞를 던지며 강력한 광속구를 자랑했다.

그러나 그도 나이를 먹었다. 올해 31세다. 게다가 3차례의 부상과 재활을 겪었다.

지난해 몸상태는 정상으로 왔지만, 스피드가 마냥 유지될 수만은 없었다.

그는 '스피드에 비해 제구력이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오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사실 제구력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밖에서 그렇게 평가하니 어쩔 수 없죠"라고 했다.

155㎞ 안팎의 불같은 직구를 뿌리던 전성기에 비해 스피드는 좀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빠르다. 150㎞ 안팎의 직구를 던진다.

그의 제구력은 많이 좋아졌다. 덩달아 경기운영능력도 괜찮아졌다. 세월의 힘이다. 그에게 가장 좋은 변화는 완급조절능력이다. 130㎞대 초반의 포크볼과 슬라이더 120㎞대 커브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강력한 직구에 많은 부담을 안고 타석에 서는 타자들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그는 후반기 SK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비중을 높혀가고 있다. 지난 24일 두산전에서 5⅔이닝동안 1실점만을 허용했다. 9회 두산의 공세로 4-4 동점을 허용,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다.

그러나 엄정욱은 충분히 잘 던졌다. 그는 시즌 전 스피드와 제구력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었다. SK 김성근 전 감독은 "이제 엄정욱도 스피드를 버리고 제구력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엄정욱은 실제 그렇게 했다. 3회 첫 실점을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악재가 겹친 SK로서는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 예전 엄정욱이었다면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매우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의 "지금 선발이 부족하다.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말을 엄정욱은 지켰다.

지난 시즌 초반 반짝했던 엄정욱. 그러나 올해 올스타 브레이크때까지 부활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제 엄정욱을 주목할 때가 됐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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