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엄정욱의 별명은 '와일드 씽'이다. 2003년 국내 최고인 158㎞를 던지며 강력한 광속구를 자랑했다.
그는 '스피드에 비해 제구력이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오면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사실 제구력이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밖에서 그렇게 평가하니 어쩔 수 없죠"라고 했다.
155㎞ 안팎의 불같은 직구를 뿌리던 전성기에 비해 스피드는 좀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빠르다. 150㎞ 안팎의 직구를 던진다.
그는 후반기 SK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비중을 높혀가고 있다. 지난 24일 두산전에서 5⅔이닝동안 1실점만을 허용했다. 9회 두산의 공세로 4-4 동점을 허용,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다.
그러나 엄정욱은 충분히 잘 던졌다. 그는 시즌 전 스피드와 제구력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었다. SK 김성근 전 감독은 "이제 엄정욱도 스피드를 버리고 제구력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엄정욱은 실제 그렇게 했다. 3회 첫 실점을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악재가 겹친 SK로서는 자칫 분위기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 예전 엄정욱이었다면 스스로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매우 안정적인 경기운영을 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의 "지금 선발이 부족하다.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말을 엄정욱은 지켰다.
지난 시즌 초반 반짝했던 엄정욱. 그러나 올해 올스타 브레이크때까지 부활의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제 엄정욱을 주목할 때가 됐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