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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 사례로 본 '검투사 헬멧'의 효용성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8-24 15:21


◇2009년 검투사 헬멧을 쓰고 연습하는 두산 이종욱. 스포츠조선 DB

'검투사 헬멧'은 과연 효과적인가.

KIA 김상현이 광대뼈 함몰상을 딛고,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김상현은 23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한화 2군과의 경기에 나섰다. 부상후 25일 만인데, 생애 처음으로 '검투사 헬멧'을 옵션으로 착용했다. '검투사 헬멧'은 얼굴에 공을 맞아 다친 타자들이 복귀할 때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특수 헬멧이다. 귀덮개 부분에 보호대를 부착해 뺨과 턱 부위를 감싸게 돼 있어서 공으로 부터 얼굴을 보호한다.

그러나 김상현이 착용한 검투사 헬멧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한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금까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심정수(전 삼성)를 시작으로 이종범(KIA)과 조동찬(삼성) 김태완(한화) 이종욱(두산) 등이 검투사 헬멧을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다. 롯데 조성환도 2009년 SK 채병용의 공에 맞아 광대뼈가 함몰된 뒤 복귀 과정에서 이 특수 헬멧의 사용을 검토했으나 결국 실전에서는 착용하지 않았다. 검투사 헬멧은 과연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


2001년 현대시절 검투사 헬멧을 쓴 심정수. 스포츠조선 DB
든든한 보호장비, 두려움을 없앨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공에 맞아 다친 타자들의 트라우마를 해소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투수가 던진 공에 얼굴을 맞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프로투수가 던지는 직구 평균구속이 140㎞라고 가정했을 때 이 공에 맞는 충격의 강도는 2~30㎏정도의 바윗덩어리가 1m 높이에서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자칫 생명까지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런 공에 얼굴을 강타당해 쓰러지면 대부분 광대뼈가 함몰되거나 조각난다. 2001년 현대 시절 심정수나 2002년 KIA 이종범, 2009년 롯데 조성환 그리고 올해 김상현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런 식으로 다치면 타자들은 엄청난 공포심을 몸에 새기게 된다. 아무리 정신력이 강한 선수라도 마음으로는 '이겨냈다'고 하지만, 몸이 공포를 기억한다. 때문에 타석에서 몸쪽 공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힘들다. 그런 선수들에게 검투사 헬멧은 보호장비인 동시에 심리 안정의 효과도 준다. 현재 공익근무중인 한화 김태완은 2008년 KIA 이범석의 공에 턱 부위를 맞았으나 다행히 뼈는 부러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후 검투사 헬멧을 썼다.

한번 다친 부위를 다시 다치지 않기 위해 보호한다는 측면도 크지만, 검투사 헬멧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이같은 심리적 안정의 효과에 있다.

역효과, 타격에는 방해된다.


하지만, 검투사 헬멧이 '만능'은 아니다. 탁월한 심리적 안정과 부상 부위 보호의 효과는 인정하지만, 공격적으로 타석에 임해야 하는 타자들에게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우선은 시야방해 효과. 우타자의 경우 왼쪽 귀덮개 부분부터 광대뼈와 볼 그리고 턱까지 길쭉하게 도그레그 형태로 보호덮개가 내려온다. 140㎞이상의 빠른 공이나 급격히 각도가 꺾이는 변화구를 순간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타자에게 이 큰 덮개는 동체시력 저하요소가 된다. 무엇보다 얼굴의 반쪽을 무언가 이물질이 가리고 있다는 것 때문에 호쾌한 타격을 하기 힘들다. 롯데 조성환이 검투사 헬멧을 쓰지 않은 이유중 하나도 '타격에 방해가 된다'였다.

또 다른 역효과는 역설적이게도 투쟁심을 오히려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트라우마의 극복을 위해 보호장구를 착용했는데, 오히려 이것으로 인해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덮게되는' 것이다. 심리적 상처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때로는 그 원인과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보호장구 속에 숨어있어서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힘들 수도 있다.

2002년 공에 맞아 광대뼈가 함몰됐던 이종범은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아예 안쓰고 나오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나도 검투사 헬멧을 써봤지만, 타격에도 방해가 되고 마음도 자꾸 약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곧 벗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검투사 헬멧을 쓰는 것이나 벗는 것이나 타자의 마음에 달렸다는 뜻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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