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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나지완, 멀티홈런에 만족할 수 없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8-24 14:51 | 최종수정 2011-08-24 14:51


23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경기에서 7회초 KIA 나지완이 좌월 2점 홈런을 치고 있다.
부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1.08.23

모처럼의 멀티홈런, 그러나 이제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KIA 나지완이 24일 부산 롯데전에서 모처럼 매서운 공격력을 선보였다. 스스로 연습용 배트에 써놓은 '나지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나지완은 이날 홈런 2방을 포함해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2회에는 롯데 선발 송승준으로부터 좌중월 솔로홈런을 터트리더니 7회엔 불펜 투수 임경완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뽑아냈다. 나지완이 한 경기에 2개 이상의 홈런을 친 것은 지난 7월29일 광주 넥센전(4타수4안타 2홈런 7타점) 이후 근 한 달만이다. 침체돼가던 KIA 타선의 불을 당기는 맹활약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하지만, 화려한 성취 뒤에는 숨은 그림자가 따라붙는 경우가 많다. 나지완이 멀티홈런에 만족해서는 안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자칫 호쾌한 장타력의 매력에 취해 정교함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이는 지난달 29일의 시즌 첫 멀티홈런 이후 나지완의 행보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이날 홈런 2개를 포함해 4타수4안타를 친 나지완은 데뷔 후 한 경기 최다타점(7타점)기록을 경신했다. 이 경기를 통해 나지완의 레벨은 한 두 단계 이상 성장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날의 활약이 마치 '일장춘몽'인 양 이후 극도의 부진에 빠져들었다. 30, 31일 광주 넥센에서 모두 무안타로 침묵하더니 멀티홈런 달성 이후 10경기에서 39타수 6안타(타율 1할5푼4리) 3타점에 그친 것. 6개의 안타는 모두 단타였고, 삼진은 무려 11개나 됐다.

결과를 두고 보면 멀티홈런이 각성의 계기가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진의 단초가 된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일단 심리적인 요인을 살펴볼 수 있다. 최희섭과 김상현 등 중심타자가 부상으로 이탈한 시점에서 나지완의 중요성은 이전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자신에게 쏠리는 기대감과 스스로 해결사가 돼야한다는 부담감이 차오르던 시점이다. 그런 찰나에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가 나오면서 과도한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볼 수 있다. '내가 해결한다'는 의식이 타석에서 과도한 긴장으로 이어진 결과다. 이전보다 부쩍 삼진이 많아진데 반해 장타력이 줄었다는 것은 이런 심리상태를 반영한 결과다.

또 한편으로는 기술적인 면에서 찾을 수 있다.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콤팩트한 스윙을 하는 나지완은 공과 배트가 만나는 임팩트를 최대한 끌고 나가 장타를 만들어내는 유형이다. 그러나 멀티 홈런 이후 이러한 장점이 다소 흐려졌다. 앞서 심리적인 면과도 연관을 찾아볼 수 있는데, 역시 타석에서 너무 잘 치려다보니 궤적이 커지면서 오히려 정타가 안나오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같은 현상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부담감을 털고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24일 롯데전의 멀티홈런이 반가우면서도 조심스러운 이유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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