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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직접 배팅볼을 던졌다. 2군 감독 시절 항상 하던 습관이었다.
그의 말과 행동에는 부담이 가득했다. 김성근 전 감독의 갑작스러운 자진사퇴와 곧바로 이어진 경질. 그를 향한 수많은 비판에 당혹스러워했다.
"많이 힘들다. 가만있어도, 뭐라고 해도 계속 비판을 받는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난감하다"며 힘없이 말했다.
그러나 이날도 SK 팬들의 분노는 사그러들 줄 몰랐다. 경기 시작 전 지난 18일과 같은 운동장 난입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경기장 곳곳에 경찰인력이 배치됐다. 하지만 이날 난입이나 난동은 없었다. 하지만 그때가 열전이었다면 이번엔 냉전이었다. 시끄러운 일은 없었던 대신 이번엔 더 조직적이고, 날카롭게 변했다.
성난 SK 팬들은 곳곳에 자극적인 플래카드를 준비해 펼쳐보였다.
'준비된 경질, 패륜을 넘다', '뒤통수가 사람을 향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외야 바비큐존 왼쪽 관중석에 설치했다. SK의 광고문구를 그대로 패러디한 것이었다. "프런트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계속 외쳤다.
4회 더욱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전광판 밑 외야석에 등장했다. 'SK 와이번스 모든 팬이 당신들을 재판합니다'라고 쓴 문구 아래쪽에 SK 구단주와 사장, 그리고 단장의 실명을 숫자로 패러디해 적어놓았다.
실명이 거론되자, SK 구단도 보고만 있지 않았다. 진행요원들이 철거를 위해 투입됐다. 그러나 플래카드를 둘러싸고 있던 SK 팬의 저지에 실랑이까지 벌였다. 끝내 철거하지 못했다. SK 몇몇 팬들은 그 플래카드를 들고 1루측 관중석까지 순회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SK 선수들은 무기력한 경기를 했다. 3회 대거 5실점하며 2대8로 완패했다. 5회 2루수 김연훈과 3루수 최 정의 그림같은 플레이가 나왔지만, 관중은 환호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얼굴에도 침울한 표정만이 가득했다. 결국 8회말 한 관중이 물병을 집어던졌다. 이 감독대행이 9회초 1사 후 투수교체를 한 뒤 마운드에서 덕아웃으로 걸어들어오자, 2층 관중석에서 이물질이 날아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 SK 팬들은 국화를 던지며 항의를 마무리했다. '김 감독의 경질로 인천 야구가 죽었다'는 조의의 의미를 비꼰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다행히 지난 18일과 같은 소동은 없었다. 하지만 SK 팬들에겐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