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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는 지난달 31일 트레이드 마감 직전 심수창과 함께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2005년 LG에 1차 지명된 뒤 매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며 '만년 유망주'로 남을 것 같았던 그였다. 하지만 넥센 이적 후 김시진 감독의 신뢰 속에 4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이적 후 15경기서 3할2푼7리의 타율에 5홈런 13타점을 기록중이다. 특히 타고난 손목힘으로 제대로 맞았다 하면 공은 담장을 넘어가고 있다. 잠실구장에서 친정팀을 상대로 홈런을 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잔인한 상황에 박병호는 "홈런 쳐도 세리머니는 안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트레이드가 발표된 직후 "내가 잘하지 못했다. LG 팬들에게 죄송할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7년 동안 자신의 잠재력에 응원을 보내왔던 팬들이다. 그들 앞에서 심장에 비수를 꽂는 그런 행동은 하고 싶지 않아 보였다.
한편, 박병호는 훈련을 시작하기 전 운동장에서 훈련을 지도하던 LG 박종훈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박 감독은 옛 제자를 따뜻하게 격려해줬다. 박 감독은 박병호와 심수창에 대해 "미워서 보낸 선수들이 아니다. 전력 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다들 잘해줘서 너무 고맙다. 오늘도 병호에게 '계속 잘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곧이어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뛰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아마도 병호가 우리 팀에서 뛸 때와 지금과는 마음가짐에 분명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부담감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중압감에서 벗어나 편하게 야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