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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이만수 감독대행의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는 분명 김성근 전 감독과는 달랐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김 전감독과 매우 흡사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오랫동안 코치생활을 했던 이 대행은 지난해까지 3년간 롯데를 맡았던 로이스터 전 감독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내내 감독석에 앉지 않고 내내 서서 경기를 지켜보며 활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타석마다, 투구마다 이 대행은 박수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처음으로 액션을 취한 것은 4회말 수비 때. 1사 2루서 롯데 3번 손아섭이 볼카운트 2-1에서 스윙한 것을 권영철 주심이 파울로 선언하자 곧바로 뛰어나와 항의했다. 천천히 걸어나왔던 김 전 감독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0-1로 뒤지던 5회초 1사 만루서 김연훈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뽑자 박수치며 덕아웃 앞으로 나와 홈을 밟은 박진만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감독대행이 된 이후 첫 득점이었다. 이어 최 정이 역전 2타점 2루타를 터뜨리자 더 크게 박수를 쳤다.
연달아 투수교체하는 이만수는 김성근?
경기 내용은 확연히 달랐다. 김 전 감독의 스타일이었다. 주전들의 경우 실수를 해도 끝까지 믿고 맡겼던 로이스터 전 감독과는 달리 이 대행은 중요한 실수는 용납하지 않았다. 0-0이던 4회초 선두 4번 이호준이 안타를 치고 나가 만든 무사 1루서 5번 안치용이 히트앤드런 작전 때 헛스윙을 해 이호준이 2루에서 아웃되자 이 대행은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 4회말 수비서 안치용이 아닌 조동화가 우익수자리로 나갔다. 후반기 반격의 키로 맹타를 보였던 안치용을 초반에 빼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집중을 강조하는 이 대행은 안치용을 빼면서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위기 상황에서 빠른 투수교체도 김 전 감독 같았다. 8회말 무사 2,3루서 선발 고든을 내리고 송은범을 올렸다. 송은범이 2번 김주찬을 유격수앞 땅볼로 처리하자 이 대행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다음 타자 손아섭을 상대하기 위해 정우람으로 교체. 송은범을 원포인트 릴리프로 쓰는 의외의 수를 둔 것. 정우람이 손아섭을 삼진으로 잡은 뒤엔 다시 투수를 이대호에 맞춰 정대현으로 바꿨다. 타자 3명에 투수 3명을 상대하게 만드는 '벌떼 마운드'로 위기를 1점만 내주고 막아냈고, 결국 대행이 된 이후 2경기만에 첫 승을 낚았다.
이 대행은 경기 후 "지금은 팀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내 색깔을 내지 않고 최대한 (김성근)감독님 스타일에서 안 벗어나게 하겠다"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중요시했다.
'로이스터 옷을 입은 김성근 야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궁금해진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