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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대행. 겉은 로이스터, 속은 김성근.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1-08-21 13:01 | 최종수정 2011-08-21 15:24


SK 이만수 감독대행이 2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전에서 8회 직접 마운드에 올라 투수를 교체하고 있다. 송은범을 교체하며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이만수 감독대행.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8.20

SK 이만수 감독대행의 겉으로 드러난 분위기는 분명 김성근 전 감독과는 달랐다. 그러나 경기 내용은 김 전감독과 매우 흡사했다.

20일 부산 롯데전은 이 대행이 지휘봉을 잡고 벌이는 두번째 경기였다. 18일 인천 삼성전은 2군 경기가 열리는 대전에서 갑자기 통보를 받고 올라와 허둥지둥 치렀지만 우천으로 인해 하루를 쉰 뒤 맞은 두번째 경기는 그의 스타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경기였다. 한마디로 겉은 로이스터, 속은 김성근이었다.

박수치는 이만수는 로이스터?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오랫동안 코치생활을 했던 이 대행은 지난해까지 3년간 롯데를 맡았던 로이스터 전 감독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경기 내내 감독석에 앉지 않고 내내 서서 경기를 지켜보며 활동적인 모습을 보였다. 타석마다, 투구마다 이 대행은 박수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처음으로 액션을 취한 것은 4회말 수비 때. 1사 2루서 롯데 3번 손아섭이 볼카운트 2-1에서 스윙한 것을 권영철 주심이 파울로 선언하자 곧바로 뛰어나와 항의했다. 천천히 걸어나왔던 김 전 감독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0-1로 뒤지던 5회초 1사 만루서 김연훈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1점을 뽑자 박수치며 덕아웃 앞으로 나와 홈을 밟은 박진만과 하이파이브를 했다. 감독대행이 된 이후 첫 득점이었다. 이어 최 정이 역전 2타점 2루타를 터뜨리자 더 크게 박수를 쳤다.

8회말 선발 고든이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2,3루를 맞았다. 구원투수가 나올 타이밍. 가토 투수코치가 아닌 이만수 감독이 통역도 없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고든을 교체했다. 마운드로 내려가는 고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수고했다는 표현도 잊지 않았다. 송은범을 교체하기 위해 올라가서는 송은범과 주먹을 맞대기도 했다. 흔히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연달아 투수교체하는 이만수는 김성근?

경기 내용은 확연히 달랐다. 김 전 감독의 스타일이었다. 주전들의 경우 실수를 해도 끝까지 믿고 맡겼던 로이스터 전 감독과는 달리 이 대행은 중요한 실수는 용납하지 않았다. 0-0이던 4회초 선두 4번 이호준이 안타를 치고 나가 만든 무사 1루서 5번 안치용이 히트앤드런 작전 때 헛스윙을 해 이호준이 2루에서 아웃되자 이 대행은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 4회말 수비서 안치용이 아닌 조동화가 우익수자리로 나갔다. 후반기 반격의 키로 맹타를 보였던 안치용을 초반에 빼는 것은 쉽지 않은 일. 그러나 집중을 강조하는 이 대행은 안치용을 빼면서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위기 상황에서 빠른 투수교체도 김 전 감독 같았다. 8회말 무사 2,3루서 선발 고든을 내리고 송은범을 올렸다. 송은범이 2번 김주찬을 유격수앞 땅볼로 처리하자 이 대행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다음 타자 손아섭을 상대하기 위해 정우람으로 교체. 송은범을 원포인트 릴리프로 쓰는 의외의 수를 둔 것. 정우람이 손아섭을 삼진으로 잡은 뒤엔 다시 투수를 이대호에 맞춰 정대현으로 바꿨다. 타자 3명에 투수 3명을 상대하게 만드는 '벌떼 마운드'로 위기를 1점만 내주고 막아냈고, 결국 대행이 된 이후 2경기만에 첫 승을 낚았다.

이 대행은 경기 후 "지금은 팀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내 색깔을 내지 않고 최대한 (김성근)감독님 스타일에서 안 벗어나게 하겠다"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중요시했다.

'로이스터 옷을 입은 김성근 야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궁금해진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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