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 SBS해설위원이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삼성에서 함께 뛰었던 선배 이만수 SK 감독대행에게 힘내라는 뜻으로 어깨를 주무르고 있다. 이 감독대행은 후배의 반가운 방문에도 웃지 않았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19일 비가 내리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만난 SK 이만수 감독대행의 얼굴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멍해보였다.
항상 웃는 낯으로 취재진과 얘기를 하던 이 대행이 아니었다. "말하는 게 무섭다"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인 이 대행은 취재진이 "잘 주무셨냐"는 질문에 "잠을 거의 못잤다"고 했다. 전날 감독대행으로서 했던 인터뷰와 행동들이 팬들의 비난을 받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감독대행으로 선임돼 경기를 치렀을 뿐인데 그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냉담하고 차가웠고 무서웠다. SK 선수단은 경기후 화가 난 관중때문에 버스로 이동하지 못하고 각자 승용차를 이용해 광명역으로 가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이 대행은 정상호의 차를 타고 광명역으로 갔다. 부산에서도 버스에서 내려 야구장으로 들어가는데 한 남성팬이 "야 이만수"라고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불렀다. 이 대행은 "돌아보면 또 욕 들을 것 같아 그냥 왔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인들의 걱정하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 웃음과 인터뷰내용 때문이었다. 이 대행은 경기전 삼성 류중일 감독과 인사를 하며 웃었고, 취재진과의 인터뷰때도 자주 웃음을 보였다.
이 대행은 자신의 웃는 습관과 갑작스러운 상황 때문에 빚어진 오해라고 했다. 대전에서 한화와의 2군경기를 하고서 구단의 연락을 받은 이 대행은 샤워만하고 택시를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유니폼을 입고 취재진 앞에 서야했다. "사실 너무 갑작스럽게 일이 이뤄져 정신이 없었다"는 이 대행은 "그런 상황이 처음이고 당황스러워 그 때는 웃음밖에 안나왔다. 그런데 웃었다고 욕을 먹었다"고 했다. "미국에서 내 별명이 빅스마일이었다. 장모님께서 돌아가셨을 때 한국으로 가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야구장 불펜 뒤에서 많이 울었지만 선수들 앞에선 웃었다"는 이 대행은 "웃는 것이 습관이 되다보니 어제 취재진 앞에서도 그렇게 된 것 같다. 이제 감독은 포커페이스가 돼야한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인터뷰 때 SK의 시즌 후에 대해서도 얘기한 것 때문에 이 대행은 마치 차기 감독으로 확정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고 그것이 김성근 감독 팬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이 대행은 이것에 대해서는 실수라고 했다. "레전드 때와는 달라야 했는데 정신없이 얘기를 하다보니 실수를 한 것 같다"며 "이제 '그런 실수를 하면 안되는구나.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취재진과의 얘기를 나누는 중 양준혁 SBS해설위원이 이 대행을 찾았다. 양 위원은 이 대행과 함께 삼성에서 5년간 함께 뛰었던 사이. 반가운 후배가 왔는데도 이 감독은 웃지 못했다. 양 위원이 힘내라는 뜻으로 어깨를 주무르기도 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했다.
이 대행은 "선수들이 잘 추스려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팬 여러분들께서 도와주셨으면 좋겠다"며 팬들에게 간곡히 부탁의 말을 전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