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이 17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18일 김 감독을 해임했다. 곧바로 이만수 2군 감독을 감독 대행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올해 시즌 도중 두 명의 감독이 물러났다. 앞서 6월13일엔 두산 김경문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자진 사퇴했다. 전반기도 끝나기 전에 그야말로 감독 스스로 판단해서 유니폼을 벗은 것이다.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감독의 명목상 자진사퇴는 많았다. 하지만 형식만 그리 했을 뿐 실은 모두 경질이었다. 실제 순수한 자기 의사로 먼저 팀을 떠난 경우는 두 사람이 처음이다. 구단이 칼을 뽑기 전에 감독이 먼저 행동을 취하면서 '감독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김경문 전 감독의 경우 구단과 미리 상의를 했고, 프런트에선 적극적으로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은 단호하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했다. 추후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지도자가 용퇴를 결정한, 아마도 프로야구 첫 사례일 것이다.
김성근 전 감독도 비슷하다. 김 감독은 아예 구단에 본인이 통보를 해버린 케이스다. SK 구단도 매우 당황하면서 감독을 만류하려 했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프로야구 역사상 감독은 '잘리는' 직업이다. '스스로 걸어나가는' 직업이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전혀 다른 상황이 2개월의 간격을 두고 잇달아 벌어진 것이다.
이들 두 전 감독이 이 처럼 '멋지게' 떠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자신감이다. 감독으로서 눈부신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다. 김경문 전 감독은 비록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임기 7년동안(2004~2010년) 2006년을 제외하고 매년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다. 아울러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선 국가대표 감독을 맡아 금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국민 감독'이라는 호칭이 따라 붙었다.
김성근 전 감독 역시 지난 4년간 SK를 한국시리즈 정상에 세 차례나 올려 놓았다. '야신'으로 통했던 이유다. 따라서 이들 두 감독은 당장 자진사퇴를 하더라도 훗날 현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누구보다 큰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두번째는 하늘을 찌를 듯한 프로야구의 인기다.
600만 관중 시대를 연 프로야구에서 감독의 위상도 크게 높아졌다. 실력으로 인정받은 이들 감독들은 연예인 부럽지 않은 인기를 경험했다. 따라서 구차하게 남아 있기보다는 멋있게 떠나는 방법을 선택했다. '짤린 감독'이라는 오명보다는 '떠날 줄 아는 멋진 감독'으로 팬들의 기억에 남고 싶었던 것이다. 일종의 이미지 관리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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