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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 작년 4강팀 감독 모두 옷 벗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8-17 21:09


작년 프로야구 4강팀의 감독이 이로써 모두 유니폼을 벗게 됐다. 로이스터 전 감독, 선동열 전 감독, 김경문 전 감독에 이어 이번엔 김성근 감독이다. 지난해 7월 올스타전때 도열한 이스턴리그 사령탑의 모습. 스포츠조선 DB

지난해 4강팀 감독이 모두 옷을 벗게 됐다. 프로야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

SK 김성근 감독이 시즌 종료후 자진 사퇴하겠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이 자체만으로도 유례없는 사건이다. 게다가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의 '감독 시장' 트렌드가 프로야구 역사상 그 어떤 시기와도 다른 독특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음이 감지된다.

작년 4강팀 감독 모두 유니폼 반납

김성근 감독이 예고 사퇴를 함에 따라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팀들의 사령탑이 모두 유니폼을 반납하게 됐다. 굳이 옛 기록을 찾아볼 필요도 없다. 보나마나 사상 초유의 사태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롯데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지만 지난 겨울 재계약에 실패했다. 경질 케이스다. 로이스터 전 감독이 롯데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건 사실이지만, 구단은 더 많은 걸 원했다.

뒤를 이어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이 지난해 12월30일 해임됐다. 더욱 충격적이었다. 두번째 임기의 4년을 남겨둔,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린 감독이 된서리를 맞았다. 단순한 프로야구 뉴스가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다.

지난 6월13일에는 김경문 전 감독이 베어스 유니폼을 벗었다. 뜻하지 않은 팀안팎의 문제로 인해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팀성적이 추락하자 김경문 전 감독은 미련없이 용퇴를 결정한 뒤 미국으로 떠났다.

마지막으로 김성근 감독이다. 물론 시즌이 끝날 때까지는 감독직을 맡는다. 하지만 '사퇴가 예정된' 감독은 이전까지의 입지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구단 아닌 감독이 결정한다

특히 김경문 전 감독과 김성근 감독의 케이스는 프로야구가 지금껏 보여줬던 문화와는 완전히 다른 케이스라 눈길을 끈다.

김경문 전 감독의 경우 구단과 미리 상의를 했고, 프런트에선 적극적으로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감독은 단호하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했다. 추후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지도자가 용퇴를 결정한, 아마도 프로야구 첫 사례일 것이다.

김성근 감독도 비슷하다. 김 감독은 아예 구단에 본인이 통보를 해버린 케이스다. SK 구단도 당황해하면서 감독을 만류하려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난 고집이 세다"면서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로야구가 생긴 뒤 늘 그랬다. 감독은 '잘리는' 직업이다. '스스로 걸어나가는' 직업이 아니었다. 그런데 올해 전혀 다른 상황이 2개월의 간격을 두고 잇달아 벌어진 것이다.

두 감독은 공통점이 있다. 최근 몇년간 서로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면서 치열한 접전을 펼치곤 했다. 그 과정에서 SK와 두산의 빠르고 강한 야구는 한국프로야구의 전반적인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는데 큰 몫을 했다. 김경문 전 감독과 김성근 감독 모두 지도자로서 크게 인정받아왔다.

결국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단어중 하나는 '자신감'이다. 앞일은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두 감독은 당장 자진사퇴를 하더라도 훗날 현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누구보다 큰 지도자임에 틀림없다. 여기에 평소 구차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하는 공통된 스타일이 겹치면서 감독의 자진 사퇴란 보기 드문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인천=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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