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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우천취소가 자꾸 두려운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8-17 11:03 | 최종수정 2011-08-17 11:03


한화 한대화 감독. 스포츠조선 DB


"자꾸 취소되면 안되는데…."

한화는 요즘 하늘만 바라보며 가슴을 졸이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최근 우천취소가 잇달아 발생하자 "우리는 이제 우천취소가 반갑지 않다. 웬만하면 야구해야 한다"며 한숨을 짓고 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우천취소를 학수고대했던 한화다. 당시 한화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다.

강행군을 한 나머지 선수들의 체력이 걱정되던 시기였다. 때문에 비 일기예보만 나와도 웬만하면 우천취소 되기를 바라며 경기감독관의 눈치를 보는 묘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여기에 에이스 류현진이 부상으로 빠져있는 상태여서 류현진의 복귀시기까지 우천취소로 시간을 버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바라던 대로 우천취소가 잇따르면서 다소 숨통을 텄다. 그래도 한화는 여전히 많은 경기를 치른 축에 속한다. 16일 현재 96경기를 한화는 KIA(106경기), 롯데(98경기), 삼성(97경기)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경기를 소화한 상태다.


그런 한화가 최근 들어 태도를 바꾼 것이다. 한화로서는 애석한 속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우울한 현실이다. '자원부족' 때문이다.

우천으로 취소된 잔여경기 일정 편성을 두고 떠오르는 대안이 월요일 경기와 더블헤더다. 요즘같은 기상이변으로 인해 우천취소가 자꾸 쌓이면 더블헤더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러자 한화는 화들짝 놀라고 있다. "더블헤더를 하면 우리는 한 경기는 무조건 포기해야 할지 모른다. 불러다 쓸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는 게 한화 구단의 하소연이다.

한 감독은 "1군 선수층이 빈약하고 2군에서도 마땅히 불러다 쓸 선수도 없는 형편이어서 더블헤더를 하면 선수들 배터리 다 나간다"고 우려하고 있다.

월요일 경기를 해도 걱정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하루도 쉬지 않고 빠듯하게 경기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소리인데 돌려막기를 할 자원이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한화의 선발 로테이션은 류현진과 양 훈의 이탈로 사실상 붕괴된 상태여서 진행중인 정규일정도 버티기 힘든 형국이다.

게다가 류현진 복귀를 위한 시간벌기의 필요성도 크게 반감됐다. 이전에는 류현진이 부상에서 회복하면 다시 정상 가동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난 지난 3일 시즌 두 번째로 부상으로 빠지면서 남은 올시즌 동안 류현진을 제대로 기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상 물건너 간 상태다.

한 감독은 류현진이 복귀하더라도 한동안 선발로 투입하지 않고 컨디션 조절에 집중하도록 할 방침이다. 굳이 류현진을 위해 시간을 벌 필요가 없어졌는데 우천취소가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특히 한화는 우천취소가 몰렸던 7월(승률 0.375)보다 강행군을 했던 4∼6월의 승률 0.443이 훨씬 좋았다. 우천취소가 자꾸 미워지는 이유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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