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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수들 "단독 1위, 우리도 신기하다"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8-17 10:29 | 최종수정 2011-08-17 10:29


삼성 선수들 스스로도 놀라고 있다. 개막 즈음만 해도 삼성이 지금처럼 단독 1위를 질주할 것이란 예상은 거의 없었다. 원동력이 무엇일까. 지난 12일 삼성 최형우가 시즌 20호 홈런을 쏘아올린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대구=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삼성 선수들도 스스로 묻고 있다. "대체 우리가 어떻게 1등을 하고 있는거지?"

좋은 분위기에 자신감까지 높아졌기에 나오는 농담이지만, 한편으론 본인들이 느끼기에도 놀랍다는 분위기가 분명 있다.

삼성은 16일 현재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투타 짜임새와 잔여 일정을 감안했을 때 삼성은 5년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선수 예상은 최대 3위

삼성의 한 투수는 최근 "우리가 1등 하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다른 선수들도 같은 의견이었다.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삼성 선수들조차 "올해는 4위가 어려울 수도 있다. 정말 모든 게 잘 맞아떨어지면 최대 3위 정도를 하지 않겠는가"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는 것이다. 야구계 전문가들도 삼성을 우승 후보로 거론하지 않았다. 선수들은 "KIA, SK, 두산이 우승을 다툴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16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삼성 관계자는 "대체 우리가 왜 1등을 하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기자에게 던졌다. 함께 이런저런 원동력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결코 방만이 아니었다


올초 스프링캠프때 삼성 훈련장을 둘러본 야구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한 얘기가 있다. "선수단 분위기가 자유롭다 못해 너무 흐트러진 것처럼 보인다. 뭐랄까, 군기가 빠져있다는 느낌이다." 바로 이런 평가가 그후 정규시즌 예상에서 삼성의 순위를 낮추는데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다.

삼성은 지난 겨울 감독 교체라는 큰 변화를 겪었다. 류중일 감독은 비교적 자유롭게 선수들을 풀어주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선수들이 전훈캠프때 다소 방만하게 보였을 수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선수들이 스스로 아쉬워서 움직이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놨다. 전반기가 끝나갈 때 KBO 심판원들은 "류중일 감독은 도저히 초보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투타, 동반 몰락 없었다

삼성은 5월 중순 이후에 힘을 내면서 본격적인 승수 쌓기를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올시즌의 삼성은 투수진과 타선이 함께 슬럼프에 빠진 적이 없다. 시즌 초반에 투수들이 분위기를 이끌다가 5월말부터는 타선이 함께 상승 곡선을 그렸다. 6월말 이후 선발투수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는 불펜진과 타자들이 성적 하락을 막았다. 지금은 다시 타선이 하락세지만, 투수들이 막아내고 있다. 연패를 잘 겪지 않는 팀이라는 증거다.

류중일 감독이 코치들의 의견을 존중한 덕분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6선발 체제를 운용하면서 선발투수의 이닝수를 길게 가져간 게 전체적으로 긍정적 효과를 낳았는데, 투수코치들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결과였다.

다른 팀이 못했다?

삼성 관계자는 "다른 팀이 못 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단 부상 때문이긴 하지만, KIA는 2009년 만큼의 끈질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SK는 최근 4년간의 강인했던 모습이 점차 희석됐다. LG는 강력한 경쟁자가 되기엔 부족했다. 롯데는 시즌 개막후 한달만에 4위가 목표인 팀이 됐다. 두산은 시즌중 감독 사퇴를 겪을 만큼 안팎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다.

삼성을 강력하게 견제할만한 팀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반기 막판에는 KIA가 최대 라이벌로 부각됐지만, 잇달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현재 KIA는 SK와의 2위 경쟁이 더 절실한 상황에 놓였다. 삼성의 경우엔 라이언 가코 대신 모상기가, 신명철 대신 손주인이, 배영섭 대신 정형식이, 채태인 대신 조영훈이 적절한 시기에 좋은 역할을 해줬다.

삼성은 기본적으로 화려한 전력을 갖춘 팀은 아니다. 하지만 젊고 자유로운 팀분위기가 효율적인 팀 운용과 맞물려 좋은 효과를 낳고 있다. SK 김성근 감독은 16일 경기 취소에 앞서 "삼성 어린 선수들이 흥이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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