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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야구는 모르나보다.
SK 김성근 감독조차 경기 전 "6회까지 끌고 갈 수 있는 클래스의 투수다. 오늘 경기는 쉽지 않다"고 말할 정도.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는 반대였다.
그는 "더 부담이 된다. 18연패를 끊은 뒤 워낙 주위에서 얘기해주셔서"라고 했다. 그러면서 "18연패를 끊은 뒤 또 다시 며칠 만에 패하면 정말 난감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실 묘한 상황이었다. 18연패를 끊은 뒤 자신감이 충만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연패를 하던 때와 비교해 부담은 더욱 심할 수 있었다.
즉 자신감과 부담 사이의 기로에 서 있는 순간이었다.
1회부터 위기였다. 박재상과 최 정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 1사 1, 3루의 위기를 맞았다. 1회부터 위기가 오자 투심 패스트볼과 포크볼의 구사 비율을 급격히 늘렸다. 1회 21개의 공 중 7개의 포크볼(스트라이크 5개)과 6개의 투심 패스트볼(스트라이크 3개)을 던졌다. 특히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최동수에게 던진 5개의 공 중 4개가 포크볼이었다.
결국 1회는 무사히 넘어갔다. 하지만 자신의 주무기를 너무 일찍 노출시킨 부작용이 생겼다. 2회에는 볼 배합을 바꿨다. 17개 투구 중 8개가 직구(스트라이크 7개)였다. 때문에 SK 타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결국 3회까지 무사히 넘어갔다.
하지만 4회부터 SK 타자들은 포크볼에 좀처럼 배트가 나가지 않았다. 28개의 공 중 8개의 포크볼을 던졌지만, SK 타자들은 속지 않고 바라만 봤다.
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1사 만루 상황에서 권용관에게 던진 네번째 공은 141㎞의 직구. 그것도 가운데로 몰린 볼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권용관은 그대로 방망이를 휘둘렀고, 커다란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18연패를 끊은 좋은 흐름이 자신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부담감으로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