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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태완, 숨겨진 장타력의 비밀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08-14 14:04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갖춘 의외의 장타력. LG 내야수 김태완의 이야기다.

LG 김태완은 13일 잠실 롯데전에서 시즌 4호째 홈런을 쏘아올렸다. 0-3으로 뒤진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롯데 사도스키의 4구째 142㎞짜리 직구를 걷어올려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25m짜리 대형홈런. 김태완의 솔로포로 포문을 연 LG는 4회 서동욱의 역전 만루홈런까지 터지면서 롯데를 6대4로 꺾었다.

김태완은 경기가 끝난 뒤 스포츠조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실 넘어갈 줄 몰랐다. 배트 중심에 잘 맞긴 했는데, 타구 방향이 가장 깊숙한 쪽이어서 큰 기대는 안했다. 근데 의외로 멀리 날라가더라"라고 말했다. 지난해와 타이기록인 4호째 홈런인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안다. 하지만 홈런에 대해서 기대하지 말아달라"며 미소지었다.

경남고 졸업반 시절, 2000년 2차 3라운드 전체 19순위로 LG에 지명된 김태완은 중앙대를 거쳐 2004년 LG에 입단했다. 그는 작은 신체조건(1m74, 81㎏)에도 불구하고, 고교 때부터 수준급의 장타력을 겸비했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데뷔 첫 홈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데뷔 7년차이던 지난해가 되서야 첫 홈런포를 날린 것. 프로 통산 홈런은 지난해 4개, 올해 4개가 전부다.

그는 대학교 시절 김동주가 롤모델이었다. 자신의 주 포지션이었던 3루수였고, 장타력까지 갖췄기 때문. 김태완은 "호쾌한 스윙에 컨택트 능력 또한 완벽하지 않나. 맞았다 하면 타구가 쭉쭉 날아가는게 멋있었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입단 첫 해 시범경기에서 홈런포를 가동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1군에서는 안타 하나 만들어내기 쉽지 않았다. 2005년까지 2년 간 44경기에서 단타 7개 만을 기록한 채 경찰청에 입대했다.

많은 선수들이 그러하듯 군대에 다녀온 뒤 변화가 시작됐다. 김태완은 "군대에 가기 전, 모두들 나에게 스윙은 좋은데 공이 안 맞는다고 했다. 스윙만 좋으면 뭐하나. 프로의 벽이 실감됐다"면서 "경찰청에서 뛰고 LG로 돌아온 뒤 마음이 바뀌었다. 내 역할은 백업선수고 하위타순임을 깨달았다. 팀 배팅을 해야했고, 어떻게든 살아나가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 뒤로는 방망이에 공을 맞추는데만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결과 역시 좋았다. 제대 후인 2008년부터 1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내야 전포지션이 가능한 유틸리티 내야수로 요긴한 활약을 했다. 지난해에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짜릿한 홈런의 손맛까지 느꼈다. 그는 "지금까지 기록한 홈런 8개 중 홈런치겠다 마음먹고 친 건 하나도 없다. 맞추는데 집중하다 보니 오히려 홈런이 나오더라. 과거에 홈런 스윙을 할 때보다 지금 결과가 더 좋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13일 경기서 김태완은 홈런을 친 다음 타석에서 번트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를 악물고 전력질주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번트 안타로 만루 찬스가 왔고, 서동욱의 역전 만루포가 터지면서 팀은 승리했다. 그는 홈런 뒤에 나온 전력질주에 대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당연한 것"이라며 "팀이 이기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나"라며 힘주어 말했다.

사실 인터뷰 내내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장타력이 궁금해 비결을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 대화를 나누다보니 저절로 비결을 알 수 있었다. 아마 시절 홈런 타자였지만, 프로에 온 뒤 느낀 좌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냉철한 자기 인식과 피나는 노력이 그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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