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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4시 한화-두산전을 앞둔 대전구장.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훈련중이던 한화 선수들이 잠깐 철수했다. 훈련을 지도하던 한대화 감독은 비를 피해 취재진과 함께 감독실로 자리를 옮겼다. 취재진과 한참 대화를 나누던 중 누군가 감독실 문을 노크했다. "들어오시라"는 한 감독의 대답을 듣지 못했는지 자꾸 문을 두드렸다. 한 감독은 장난스럽게 언성을 높였다. "거기, 누구여?"
김 대행:(한 손에 든 냉커피잔을 들어보이며) 내가 마실것은 갖고 왔다.
김 대행: 한 감독, 얼굴 좋은데.
한 감독: 하하. 얼마전에 이발하고 염색해서 그런가? 저는 작년에 꼴찌할 때도 얼굴은 좋았어요. (속은 새까맣게 타들었음을 역설적으로 한 말이다)
김 대행: 체질인가? 짧은 머리가 잘 어울려.
한 감독: 근데, 그저께는 어쩌다가 5-5까지 갔어요? 경기 일찍 마치고 숙소에서 TV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10일 두산은 SK전에서 4-3으로 앞서가다가 9회초 4-5로 뒤진 뒤 9회말 간신히 동점을 이뤄 연장까지 갔다가 결국 5대11로 패했다.
김 대행:(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야구가 원래 그런 거잖아.
이후 김 대행은 당시 SK전에서 안풀렸던 상황을 복기하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다가 화제를 돌렸다.
김 대행: 거기는 회장님 오셨다며? 아주 오랜만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지난 7일 LG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전격 방문했다)
한 감독: 8년 만이라던데요. 근데 회장님은 금일봉을 주실거면 아무도 안볼 때 주시면 좋았을 것을….(한 감독 특유의 개그본능이 발동했다)
김 대행: 격려금을 공개적으로 주지 몰래 주나?
한 감독: 나 혼자 몰래 챙기고 입 닦으려고 했지요. (순간 감독실은 폭소의 도가니로 변했다)
김 대행: 그나저나 얼마나 받았냐?
한 감독: 금액을 얘기하면 예의가 아니지요. 선수들하고 코치, 현장 스태프들 한테 골고루 나눠주니까 딱 맞던데요. 적은 것도 아니고, 많은 것도 아니고 대충 감이 오시죠?
한 감독은 김승연 회장의 격려 방문을 다시 떠올리자 여전히 기분좋다는 표정이었다.
대전=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