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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투수' 이정호, 모교 코치로 청룡기 우승 감격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8-11 18:01


◇대구 상원고가 1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66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상원고 이정호 코치가 선수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코치로 모교에 와 우승을 하는 것, 또다른 감격이 있네요."

제66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스포츠조선-조선일보-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우승팀은 대구상원고였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상원고의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뛰어나와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그 모습을 먼발치서 흐뭇하게 지켜보던 이가 있었다. 낯익은 얼굴. 상원고의 이정호 코치였다.

이 코치는 역대 프로야구를 통틀어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비운의 선수. 최 코치는 고교 2학년이던 1999년, 대구상고(상원고의 전신)의 마지막 청룡기 우승을 이끄는 등 고교 최고의 투수로 각광받았다. 결국 2000년 계약금 5억3000만원을 받고 삼성에 입단했다. 계약금의 액수가 말해주듯 이 코치는 입단 당시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지독한 부상의 악몽에 점점 팬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게 됐고 2004년 삼성이 현대로부터 심정수, 박진만을 영입할 때 보상선수로 현대 유니폼을 입게 됐다. 2년의 공익근무를 마친 뒤 지난해 초 까지 넥센에서 선수생활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29세의 젊은 나이에 결국 은퇴를 결정하고 말았다.

하지만 십수년 동안 잡아왔던 야구공을 쉽게 놓을 수는 없는 법. 이 코치는 올해 초 모교에서 후배들과 함께 운동을 했고 그러던 중 모교 코치직 제의를 받아 후배들을 지도하게 됐다.

이 코치는 우승 후 "이렇게 모교로 돌아와 후배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게 너무 기쁘다"는 소감을 밝혔다. "선수 때 우승한 것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좋나"라는 질문에는 웃으며 "솔직히 선수로 우승할 때가 더욱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코치로 우승을 하는 것도 색다른 느낌"이라고 답했다.

이번 대회에서 상원고 투수들이 대활약을 펼친 데 대해 "이 코치의 능력이 발휘된 것이 아닌가"라는 말을 건네자 "원래 잘던지던 투수들이었다"며 후배들을 칭찬했다.

이번 대회 결승전에 선발로 나서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쳐 우수투수상을 수상한 오세민(3학년)은 이 코치에 대해 "옆에서 친형 같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오세민은 "초,중,고 직속 선배님이시라 그런지 나를 더욱 잘 챙겨주신다"며 우승 세리머니 후 이 코치와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목동=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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