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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한기주가 지는경기 9회에 등판한 이유는?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08-11 14:32 | 최종수정 2011-08-11 14:32


10일 광주구장에서 벌어진 KIA와 LG의 경기에서 KIA 한기주가 4-13으로 뒤지고 있는 9회초 마운드 적응차원에서 등판했다. 광주=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그는 왜 그때 마운드에 올라야 했을까.

지난 10일, 광주구장. 경기가 거의 끝나가는 9회초였다. 홈팀 KIA는 이미 4-13으로 크게 뒤진 상황. 야구가 아무리 의외성의 게임이라고는 해도, 이제는 깜짝 반전보다는 깔끔한 정리를 해야할 시점이다. 7회 2사후부터 마운드는 신인투수 홍건희가 책임지고 있었다. 등판하자마자 볼넷 2개와 안타 2개로 흔들렸던 홍건희는 8회부터는 안정을 되찾았다. 9회1사까지 1⅓이닝 무실점.

그대로 홍건희가 경기를 끝내는 듯했던 그때, 한기주가 천천히 마운드로 올라갔다. '굳이 왜?'라는 의문을 갖는 팬도 있을 것이다. 팀의 마무리투수인 한기주를 지는 경기에 내보내서 소비하느니 차라리 아끼고 다음을 대비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한기주의 등판은 충분히 설득력있는 결정이다. 그는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한기주, 지금은 던질 때다.

최근 KIA에 닥친 위기는 마운드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로페즈가 지난 7월30일 옆구리 부상으로 1군엔트리에서 제외된 데 이어 트레비스도 몸상태가 좋지 않다. 그래서 김희걸이나 박경태 등 스윙맨들이 선발로 나선다. 특유의 막강한 '선발야구'가 퇴색된 상태다.

다소 떨어질 선발의 힘은 중간계투가 채워줘야 한다. 특히, '마무리' 한기주의 역할과 책임감도 전에 없이 커졌다. 그런데, 한기주의 경우 2009년 11월 팔꿈치 수술 후 20개월 만에 돌아와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지만 100%는 아니다. 볼스피드나 구위, 제구력 특히 경기감각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눈에 띈다.

당연한 현상이다. 한기주는 성실히 재활훈련을 했고, KIA 코칭스태프도 열심히 가르쳤지만, 20개월의 공백이라는 것은 그런 노력만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결국은 꾸준히 경기에 나가 실전에서 기량과 감각을 되살릴 수 밖에 없다. 성공의 단 맛과 좌절의 쓴 맛을 번갈아 맛보면서 성장해야하는 시기인 것. 구속이나 제구력도 실전 마운드에서 많이 던져봐야 늘어난다. 지금은 던져야 할 때다.

모처럼 찾아온 등판기회, 올라서야 했다.


그런 측면에서 10일 경기는 한기주에게 부담없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훌륭한 기회다. 게다가 한기주는 후반기 들어 등판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한기주는 후반기 첫 등판인 7월26일 광주 삼성전 이후 사흘 만인 7월29일 광주 넥센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후 등판 간격이 너무 길어졌다. 넥센전 이후 6일만인 8월4일 잠실 두산전에 마운드에 오른 한기주는 1⅓이닝 1안타 2볼넷 2삼진으로 1실점하며 세이브는 올렸다.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등판한 탓에 제구력이 흔들렸다. 이전까지 4경기에서 내주지 않았던 볼넷이 2개나 된 것이 이 증거다.

이후 한기주는 또 5일을 쉬었다. 그리고 6일째인 10일 경기에 나선 것이다. 승패 부담없는 상황, 돌연히 타오른 LG타선. 한기주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마무리 수업'용 교재였다. 한기주는 이날 ⅔이닝 동안 안타 2개를 내줬지만, 삼진 1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오랜만의 등판이라 초반에는 또 제구력이 흔들렸지만, 마지막 정의윤을 상대할 때는 직구 최고구속이 148㎞까지 나오면서 삼진을 잡아냈다. 감각을 되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술 후 20개월 만에 1군에 돌아온 한기주를 무리하게 운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또 너무 쉬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10일 한기주의 등판은 이런 점을 감안한 KIA코칭스태프의 전략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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