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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왜 그때 마운드에 올라야 했을까.
한기주, 지금은 던질 때다.
최근 KIA에 닥친 위기는 마운드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다. 로페즈가 지난 7월30일 옆구리 부상으로 1군엔트리에서 제외된 데 이어 트레비스도 몸상태가 좋지 않다. 그래서 김희걸이나 박경태 등 스윙맨들이 선발로 나선다. 특유의 막강한 '선발야구'가 퇴색된 상태다.
당연한 현상이다. 한기주는 성실히 재활훈련을 했고, KIA 코칭스태프도 열심히 가르쳤지만, 20개월의 공백이라는 것은 그런 노력만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결국은 꾸준히 경기에 나가 실전에서 기량과 감각을 되살릴 수 밖에 없다. 성공의 단 맛과 좌절의 쓴 맛을 번갈아 맛보면서 성장해야하는 시기인 것. 구속이나 제구력도 실전 마운드에서 많이 던져봐야 늘어난다. 지금은 던져야 할 때다.
모처럼 찾아온 등판기회, 올라서야 했다.
그런 측면에서 10일 경기는 한기주에게 부담없이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훌륭한 기회다. 게다가 한기주는 후반기 들어 등판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한기주는 후반기 첫 등판인 7월26일 광주 삼성전 이후 사흘 만인 7월29일 광주 넥센전에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후 등판 간격이 너무 길어졌다. 넥센전 이후 6일만인 8월4일 잠실 두산전에 마운드에 오른 한기주는 1⅓이닝 1안타 2볼넷 2삼진으로 1실점하며 세이브는 올렸다. 그런데 너무 오랜만에 등판한 탓에 제구력이 흔들렸다. 이전까지 4경기에서 내주지 않았던 볼넷이 2개나 된 것이 이 증거다.
이후 한기주는 또 5일을 쉬었다. 그리고 6일째인 10일 경기에 나선 것이다. 승패 부담없는 상황, 돌연히 타오른 LG타선. 한기주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마무리 수업'용 교재였다. 한기주는 이날 ⅔이닝 동안 안타 2개를 내줬지만, 삼진 1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오랜만의 등판이라 초반에는 또 제구력이 흔들렸지만, 마지막 정의윤을 상대할 때는 직구 최고구속이 148㎞까지 나오면서 삼진을 잡아냈다. 감각을 되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술 후 20개월 만에 1군에 돌아온 한기주를 무리하게 운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또 너무 쉬게 하는 것도 좋지 않다. 10일 한기주의 등판은 이런 점을 감안한 KIA코칭스태프의 전략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