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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왜 희생번트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1-08-11 14:28 | 최종수정 2011-08-11 14:28


3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제 66회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 북일고와 강릉고의 경기 2회초 2사 1루에서 1루주자 북일고 임성재가 강릉고 투수 김승현의 견제구에 세이프되고 있다.
목동=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제66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이 한창이다. 10일 열린 4강전에서 승리를 거둔 천안 북일고와 대구 상원고의 11일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14일 간의 열전이 막을 내릴 예정이다.

상원고는 9일 열린 8강전에서 전통의 강호 경남고를 3대0으로 꺾고 4강에 오른 바 있다. 경남고는 0-1로 뒤진 5회말 무사 1,2루 찬스를 맞았지만 번트 대신 강공을 선택했고, 무득점에 그치며 경기를 내줘야만 했다. 이날 잠실 두산전에 나서기 전 우연히 경기를 본 SK 김성근 감독은 "1점차로 지고 있는 무사 1,2루에서도 번트를 안 대더라. 고교 야구에서, 지면 끝장인 토너먼트에서 번트를 안 대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대회 진루를 위한 희생 번트는 많이 나오지 않았다. 10일 4강 두 경기에서도 번트 성공은 단 두차례였다.

4강 첫 경기 북일고-장충고 전에서 장충고는 0-2로 뒤진 1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희생 번트를 댔다. 4번 타자 채상현의 3루타가 이어져 1점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이후 양팀은 단 한차례도 번트를 시도하지 않았다.

두번째 경기 상원고-충암고 전에서는 상원고가 세차례 시도해 단 한차례를 성공시켰다. 0-0이던 1회말 1사 3루에서 3번 박승욱이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지만, 3루 주자 최재혁이 홈에서 아웃됐다. 3회에는 번트 때 상대실책이 나왔으나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주자가 주루사를 당했다. 상원고는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서가던 6회 1사 1루에서 2번 김태수가 기어코 희생번트를 성공시켰고, 추가점을 만들어냈다. 반면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충암고는 번트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고교 야구에서 번트가 왜 실종된 것일까. 10일 4강전에서 번트 없이 7대1로 대승을 거둔 북일고 이정훈 감독은 이에 대해 "프로에서도 번트 실패 확률이 30%정도 된다. 지금 고교 선수들은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 경기에 나설 기회가 적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번트는 실패 확률도 높을 뿐더러, 선수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주말리그 도입 뒤 전국대회 축소로 선수들의 경기수가 줄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희생 번트 등의 세밀한 작전이 오가는 스몰야구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프로 지도자들은 신인 선수들의 기본기 부족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때문에 최근 1군에서 순수 고졸 신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투수가 아닌 야수는 더욱 심하다. 과거와 달리 대졸 선수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고교 야구를 비롯한 아마 야구는 프로의 근간이다. 희생 번트의 감소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들이 충분히 뛸 만한 환경이 만들어져야만 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66회 청룡기전국고교야구 선수권대회 8강전 경남고와 상원고의 경기가 열렸다. 경남고 최성훈이 6회초 무사 1,2루 찬스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다.
목동=홍찬일 기자 hongi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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