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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양승호 감독은 신예 고원준의 정신력에 대한 언급을 자주 했었다. "다른 팀에 가면 선발로 못나갈 수 있다", "에이스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등 고원준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이 많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시간을 맞춰 들어오고 가끔 지각을 하는데 반해 고원준은 지각이 잦았고, 가끔은 시간이 꽤 늦었다. 숙소의 문이 지문감식으로 열리게 돼 있어 자동으로 선수마다 들어간 시간을 알 수 있다고.
시즌 중반엔 고원준과 김수완이 숙소에서 나가고 싶다고 구단에 요청을 했었다. 당시 양 감독은 "그럼 나와서 내가 사는 아파트로 와. 우리집에 방이 2개 더 있다"고 해 둘을 숙소에 주저 앉히기도 했다.
그래서 고원준을 위한 당근과 채찍을 함께 준비했다. 얼마전부터 고원준에게만 통금시간을 경기후 2시간으로 앞당겼다. 경기가 끝난 뒤 샤워하고 식사를 하고 상동구장으로 가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2시간은 빠듯하다. 친구를 만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면서 고원준에게 "잘던지면 상을 주겠다"고 했다. 양 감독은 "선물을 밝힐 수는 없지만 선물을 이미 사놨다. 잘던지면 줄 것이다"라고 했다. 양 감독에게 잘던지는 기준을 물었더니 "7이닝 정도에 3실점 이하로 던지면 잘던진것 아닌가"라고 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보다 조금 더 잘던져야하는 성적이었다.
양 감독의 작전이 통했다. 고원준은 10일 부산 넥센전서 선발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7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져 5안타 3실점으로 양 감독이 원했던 성적을 기록했다. 1회 안타와 볼넷을 내주면서 1점을 헌납하더니 3회엔 박병호에게 투런포를 맞는 등 초반엔 불안했지만 이후 넥센 타자들을 잘 막아내며 팀의 역전승에 발판을 놓았다.
경기후 양 감독은 웃으며 "내일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양 감독이 준비한 선물은 구두로 유명한 명품브랜드 F사의 신발이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