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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준을 위한 양승호 감독의 당근과 채찍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1-08-10 21:58


프로야구 롯데와 넥센의 경기가 1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펼쳐졌다. 고원준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부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롯데 양승호 감독은 신예 고원준의 정신력에 대한 언급을 자주 했었다. "다른 팀에 가면 선발로 못나갈 수 있다", "에이스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등 고원준에게 일침을 가하는 말이 많았다.

이유가 있었다. 공도 좋고 배짱도 두둑해 롯데의 주축투수가 될 수 있는 훌륭한 재목이지만 젊은 나이라 야구에 좀 더 몰입하기 보다는 다른 쪽에도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었다.

매일 보고되는 숙소 도착 시간에 고원준은 지각이었다. 롯데는 상동구장을 만든 이후 데뷔 3년차 이하의 선수들을 상동 숙소에서 생활하도록 한다. 기량 향상을 위해서다. 1군에서 뛰고 있는 선수도 숙소생활을 하면 경기가 끝난 뒤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 복귀시간은 경기 끝난 뒤 3시간 이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시간을 맞춰 들어오고 가끔 지각을 하는데 반해 고원준은 지각이 잦았고, 가끔은 시간이 꽤 늦었다. 숙소의 문이 지문감식으로 열리게 돼 있어 자동으로 선수마다 들어간 시간을 알 수 있다고.

시즌 중반엔 고원준과 김수완이 숙소에서 나가고 싶다고 구단에 요청을 했었다. 당시 양 감독은 "그럼 나와서 내가 사는 아파트로 와. 우리집에 방이 2개 더 있다"고 해 둘을 숙소에 주저 앉히기도 했다.

어떤 투수든 잘던질 때가 있고 터무니없이 못던질 때도 있다. 고원준도 그렇다. 몇 경기 잘던져서 기대를 하면 5회도 버티지 못하고, 또 별 기대를 안하면 깜짝 완봉승을 거두는 등 종잡을 수가 없었다. 양 감독은 생활 태도도 들쭉날쭉한 피칭의 한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고원준을 위한 당근과 채찍을 함께 준비했다. 얼마전부터 고원준에게만 통금시간을 경기후 2시간으로 앞당겼다. 경기가 끝난 뒤 샤워하고 식사를 하고 상동구장으로 가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2시간은 빠듯하다. 친구를 만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면서 고원준에게 "잘던지면 상을 주겠다"고 했다. 양 감독은 "선물을 밝힐 수는 없지만 선물을 이미 사놨다. 잘던지면 줄 것이다"라고 했다. 양 감독에게 잘던지는 기준을 물었더니 "7이닝 정도에 3실점 이하로 던지면 잘던진것 아닌가"라고 했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보다 조금 더 잘던져야하는 성적이었다.


양 감독의 작전이 통했다. 고원준은 10일 부산 넥센전서 선발등판해 승리투수가 됐다. 7이닝 동안 107개의 공을 던져 5안타 3실점으로 양 감독이 원했던 성적을 기록했다. 1회 안타와 볼넷을 내주면서 1점을 헌납하더니 3회엔 박병호에게 투런포를 맞는 등 초반엔 불안했지만 이후 넥센 타자들을 잘 막아내며 팀의 역전승에 발판을 놓았다.

경기후 양 감독은 웃으며 "내일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 양 감독이 준비한 선물은 구두로 유명한 명품브랜드 F사의 신발이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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