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날도 경기가 있기에 특별히 축하 자리는 갖지 않았다. 하지만 식사 자리에서 축하가 쏟아졌다. 넥센 선수들은 입을 모아 "이제 더이상 불운은 없다. 이제 연승을 달려보자"라는 덕담을 건넸다. 함께 이적한 원정 룸메이트 박병호는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심수창은 "병호가 정말 좋아해줬다. 경기 때도 몸을 날리고 펜스에 부딪히고 난리도 아니더라. 정말 고마운 동생"이라며 미소지었다.
심수창은 경기가 끝난 뒤 수없이 많은 축하 전화와 메시지를 받았다. 특히 열흘 전까지 한솥밥을 먹던 LG 선수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 이젠 다른 팀이지만,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고마웠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었던 메시지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감독과 선수로 연을 맺었던 LG 박종훈 감독의 축하 문자였다. 그는 문자를 확인한 뒤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통화 도중 트레이드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놓기도 했다. 박 감독은 모두 이해한다며 옛 제자를 따뜻하게 감쌌다. 심수창은 이에 대해 "박종훈 감독님과 통화하고 나니 정말 기분이 묘하더라. LG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정이 넘도록 전화와 메시지가 이어졌지만, 그는 행복했다. 그동안 겉으로는 "이제 다 초월했다.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해왔지만, 마음 속은 아니었다. 1승의 간절함을 온몸으로 느꼈던 2년의 시간. 그는 그 어느 날보다 행복한 밤을 보냈다. 오랜만에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