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심수창의 감격스런 18연패 끊던 날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1-08-09 22:07


넥센 심수창이 9일 부산 롯데전서 3-0으로 앞선 1회말 마운드에 올라 웃으며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부산=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9일 부산 롯데-넥센전. 경기전 넥센 선수들은 이날 선발 심수창의 연패탈출을 위해 각오를 다졌다. 함께 넥센으로 와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병호는 "룸메이트(심수창)를 위해 오늘 꼭 한방 치고 싶다"고 했다. 심수창과 배터리를 이룬 허도환은 혹시 찬스가 생길 때를 대비해 번트연습을 따로했다. 이숭용 송지만 등 고참들은 "넥센에 와서 이제 두번째 등판이지 않나"라며 새로운 팀에 왔으니 연패에 대한 생각을 잊고 던지기를 바라며 "뒤에 야수들이 있으니까 믿고 던졌으면 좋겠다"고 했고, 마무리 손승락은 "8회까지만 막으면 9회는 내가 꼭 막겠다"며 자신감과 함께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동료들이 승리를 위해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매는데 비해 경기전 만난 심수창은 의외로 편안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이 팬들의 관심이 많다고 하자 살짝 웃으며 "그냥 평상시대로 하는거죠"라고 담담히 말했다. 그리고 7회 1사까지 단 1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다.

3-1로 앞선 9회말.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2루가 되자 선발투수 였던 심수창의 얼굴에 긴장한 빛이 역력했다. 그 순간 덕아웃 한켠에서 한 선수가 "승락이가 어떻게해서든 막아줄거야. 걱정하지마"라고 말하며 심수창을 다독였다. 강민호와 조성환이 아웃된 2사. 심수창이 두손을 머리위에 올려놓으며 마운드를 바라봤다. 마치 '이번 타자만 잡아주세요'라고 기도를 하는 듯한 모습. 마침내 황재균이 유격수앞 땅볼을 치고 1루주자가 2루에서 아웃되자 의자에서 일어나는 심수창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주위의 동료들과 코치들이 등을 두드리며 축하해줬고, 그라운드에서 수비를 한 선수들도 한명 한명 심수창을 껴안았다. 김시진 감독도 "그동안 고생많았다"라고 악수. 드디어 심수창이 18연패를 끊었다.

누가 심수창의 연패가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지난 2009년 6월 14일 잠실 SK전서 심수창은 선발등판해 7⅓이닝 3실점으로 시즌 6승째(5패)를 거뒀다. 13경기서 8차례 퀄리티스타트를 하는 쾌조의 모습으로 선발 한축을 담당했고 10승은 당연히 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심수창은 이후 7패만을 기록한채 시즌을 끝냈다. 지난해엔 부진의 연속이었다. 12경기(6경기 선발)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35⅔이닝만 던졌다. 그리고 4패만을 올렸다. 5선발로 시작한 올시즌에도 잘던진 날은 타선이 받쳐주지 못하는 등 불운은 이어졌다. 나중엔 구원으로 나와도 실점을 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다가 어느덧 17연패. 역대 최다 연패 기록(16연패)를 갈아치웠다. 그리고 지난달 31일엔 넥센으로 트레이드까지 됐다.

처음엔 눈물도 났으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며 새출발했다. 김시진 감독은 선발을 약속하며 자신있게 던져라는 주문만 했다. 3일 대구 삼성전서 첫 등판해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했으나 팀이 2점밖에 뽑지 못해 또 패전투수가 됐다. 팬티를 뒤집어 입는 불운이 계속되는가 했다. 그러나 이제 연패는 그에게 추억이 됐다.

심수창은 경기 후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게 언제였는지 모르게겠다"며 "지금도 꿈만 같다"고 소감을 말하며 "동료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 것을 느꼈다. 수비수들의 표정이나 움직임이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포수 허도환도 나를 편하게 해줬고, 리드도 공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줬다"고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7회말 1사후 황재균에게 안타를 내준 뒤 교체될 때 공을 직접 가지고 내려왔다. "정민태 코치님이 '공 가져갈래?'라고 물어보셔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연패를 끊는데다 팀 옮긴 뒤 첫 승이 될 것 같았다"라고 했다. 그 공은 이제 심수창에게 새출발을 의미하는 기념품이 됐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