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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부산 롯데-넥센전. 경기전 넥센 선수들은 이날 선발 심수창의 연패탈출을 위해 각오를 다졌다. 함께 넥센으로 와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박병호는 "룸메이트(심수창)를 위해 오늘 꼭 한방 치고 싶다"고 했다. 심수창과 배터리를 이룬 허도환은 혹시 찬스가 생길 때를 대비해 번트연습을 따로했다. 이숭용 송지만 등 고참들은 "넥센에 와서 이제 두번째 등판이지 않나"라며 새로운 팀에 왔으니 연패에 대한 생각을 잊고 던지기를 바라며 "뒤에 야수들이 있으니까 믿고 던졌으면 좋겠다"고 했고, 마무리 손승락은 "8회까지만 막으면 9회는 내가 꼭 막겠다"며 자신감과 함께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누가 심수창의 연패가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지난 2009년 6월 14일 잠실 SK전서 심수창은 선발등판해 7⅓이닝 3실점으로 시즌 6승째(5패)를 거뒀다. 13경기서 8차례 퀄리티스타트를 하는 쾌조의 모습으로 선발 한축을 담당했고 10승은 당연히 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심수창은 이후 7패만을 기록한채 시즌을 끝냈다. 지난해엔 부진의 연속이었다. 12경기(6경기 선발)밖에 출전하지 못했고 35⅔이닝만 던졌다. 그리고 4패만을 올렸다. 5선발로 시작한 올시즌에도 잘던진 날은 타선이 받쳐주지 못하는 등 불운은 이어졌다. 나중엔 구원으로 나와도 실점을 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다가 어느덧 17연패. 역대 최다 연패 기록(16연패)를 갈아치웠다. 그리고 지난달 31일엔 넥센으로 트레이드까지 됐다.
처음엔 눈물도 났으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며 새출발했다. 김시진 감독은 선발을 약속하며 자신있게 던져라는 주문만 했다. 3일 대구 삼성전서 첫 등판해 6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를 했으나 팀이 2점밖에 뽑지 못해 또 패전투수가 됐다. 팬티를 뒤집어 입는 불운이 계속되는가 했다. 그러나 이제 연패는 그에게 추억이 됐다.
7회말 1사후 황재균에게 안타를 내준 뒤 교체될 때 공을 직접 가지고 내려왔다. "정민태 코치님이 '공 가져갈래?'라고 물어보셔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연패를 끊는데다 팀 옮긴 뒤 첫 승이 될 것 같았다"라고 했다. 그 공은 이제 심수창에게 새출발을 의미하는 기념품이 됐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