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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KIA-SK. 페넌트레이스 1위 한자리를 놓고 펼치는 3강의 혈투가 심상치 않다. 섣부른 예측이 쉽지 않은 안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후반기 들어설 무렵만 해도 상황은 전혀 달라 보였다. KIA-삼성의 양강 구도에 SK는 선두 싸움을 할수도, 3,4위 싸움을 할 수도 있는 '조커'같은 위치였다.
KIA의 예상치 못한 줄부상 변수가 끼어든 시점. 상황 변화에 맞춰 페넌트레이스 상위권 판도에 대한 긴급 진단과 전망을 펼쳐본다.
'KIA 대세론'지고 '삼성 대세론' 뜨다
후반기 시작 무렵 시즌 1위는 KIA와 삼성의 양갈래로 갈렸다. 'KIA 대세론'이 조금 더 우세했다. 하지만 후반 개막 직후부터 KIA에게 믿고 싶지 않은 대형 악재가 계속 터지며 상황이 돌변했다. 30일 로페즈 최희섭 김상현이 한꺼번에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7일에는 클린업트리오의 마지막 보루 이범호마저 허벅지 근육 파열로 전치 4주 진단을 받았다. 중심타선이 모두 엔트리에 없는 웃지 못할 대형악재가 잇따르고 있는 셈이다. 전반기 1위를 차지했던 KIA타선은 후반들어 2할4푼으로 최하위로 쳐졌다. 팀의 후반 성적은 5승7패. "당분간 5할 승부에 치중하겠다"는 조범현 감독의 말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상황이다.
반면, '불펜 왕국' 삼성은 전반기 막판 주춤했던 선발이 살아나면서 금상첨화 마운드를 가동중이다. 차우찬 윤성환 장원삼 배영수의 토종 선발의 약진에 새로 영입한 매티스도 수준급이다. 새 용병 투수 저스틴 저마노도 출격대기 중이다. 헐렁하던 선발진에 갑작스럽게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셈. 후반 11경기(9승2패) 중 퀄리티 스타트가 무려 7차례나 된다. 막강 불펜은 후반들어 역전패를 단 한번도 허용하지 않았다.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6전 전승, 7회까지 리드한 경기는 8전 전승이다.
'KIA 대세론'이 급격하게 '삼성 대세론'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후반 들어 2.60의 팀 방어율을 기록중인 삼성의 마운드가 워낙 안정돼 있어 KIA같은 대형 부상 악재만 없다면 1위 수성이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다 잔여 경기 SK, '최후의 키'를 쥐다
후반 들어 SK의 상승세도 눈여겨 볼만 하다. 베테랑이 힘을 내며 팀이 똘똘 뭉치고 있다. 안치용과 이호준을 필두로 박진만 최동수 박재홍 등 백전노장들이 선두 추격전을 앞장 서서 이끌고 있다. 김성근 감독 조차 7일 KIA전을 앞두고 "내 자신이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요즘은 고참들을 중심으로 선수단에 해보겠다는 자발적 의지가 감지된다. 시합 중에도 사인이 필요 없을 정도로 스스로 알아서 플레이를 한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후반기 7승4패를 기록중인 SK의 가장 큰 변수는 잔여 경기수다. 8일 현재 3강 팀 중 가장 많은 46경기를 남기고 있다. 삼성이 41경기, KIA가 34경기로 세 팀 중 가장 적은 경기를 남기고 있다. KIA로선 부지런히 승수를 챙겨놓고 경쟁팀의 결과를 지켜봐야할 상황이건만 최근 전력 누수로 마음과 달리 승수쌓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SK는 9월 잔여 일정이 어떻게 짜여지느냐에 따라 2위를 넘어 대망의 1위 도전 여부도 꿈꿔볼 수 있는 상황이다. 김성근 감독도 9월 일정에 대해 "경쟁 팀들과 어떤 대진표가 짜여지느냐에 따라 흥미로워질 수 있다. 타 팀의 상황보다는 우리팀이 얼마나 정비된 모습으로 시합을 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대권 도전의 야심을 애써 감추지는 않았다. 특히 4강 좌절이 확정된 팀과의 경기가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SK는 넥센과 두산(각 8경기), 롯데와 LG(각 7경기) 등과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SK는 늘 시즌 막판 저력이 있는 팀이다.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1,2,3위 싸움
시즌 막판까지 1,2,3위를 가리는 경쟁구도는 치열하게 이어질 것이다. 포스트시즌 대진 방식 상 단 한 계단도 양보할 수 없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는 1위 팀의 엄청난 체력적 메리트는 설명이 필요 없다. 최근 우승팀은 거의 예외없이 시즌 1위 팀이었다.
1위가 안되면 2위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준 플레이오프를 피할 수 있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 하지만 자칫 3위로 처지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홈, 원정을 제외하곤 4위나 차이가 없다. 무려 3차례의 스테이지를 모두 통과해야 우승이 가능한 열악한 출발선상에 놓이게 된다. 결국 3강은 막판까지 총력전을 펼칠 수 밖에 없는 구도 속에 놓이고 말았다.
향후 어떤 변수들이 3팀에 찾아올지에 따라 선두 싸움은 예상치 못한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내포한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한 일반적 예상이 KIA의 대형 부상 속에 어긋나고 있듯이 '삼성 대세론' 역시 현 시점의 예상일 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