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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타자들의 기량이 떨어졌지만 유독 눈이 띄는 선수가 한명 있다. 바로 최고참 이병규(37)다.
시즌 초반 이병규의 페이스는 전문가들도 놀랄 정도였다. 일본에서 돌아와 맞는 두번째 시즌인 올해, 이병규는 농익은 타격감을 뽐냈다. 전성기때보다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개막 이후 꾸준한 타격감을 유지한 이병규는 6월까지 타율 3할7푼3리를 기록했다. 이병규의 맹활약에 힘입어 팀 성적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7월 한 달간 타율은 2할4푼6리에 그쳤고, 8월 타율은 1할7푼6리로 극심한 타격 부진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병규의 슬럼프가 시작된 이후 팀 성적도 급락세로 돌아섰다.
그렇다면 이병규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체력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타격폼에서 찾을 수 있다. 이병규가 한창 좋았을때는 디딤발인 오른발을 오랫동안 들었다가 길게 내딛었다. 버팀이 되는 왼쪽 다리에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타격폼을 보면 축이 되는 왼쪽 다리가 빨리 무너진다. 따라서 오른발도 빨리 땅에 딛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공을 보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변화구 대처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손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국내 타자중 히팅 능력이 가장 좋다는 이병규는 공을 때리는 순간 손이 가슴앞 임팩트존에 있다. 그런데 최근엔 이 손이 임팩트존이 아닌 곳에 있을때 타격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LG 박종훈 감독은 "이병규가 뛰어난 타자인 것은 슬럼프 기간을 최소화하고 자신의 문제점을 스스로 빨리 극복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누구보다 이병규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병규는 7일 잠실 한화전에 앞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야구장에 나타났다. 시즌내내 길렀던 장발을 포기한 것이다. 각오를 새롭게 하겠다는 의도가 역력했다.
잠실=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