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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일이다.
그도 한국나이로 31세다. 김 감독은 "나이를 생각하면 구속증가는 쉽지 않다. 제구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실제 세 차례의 부상과 재활로 엄정욱의 구속은 조금 줄어들었다. 전성기 시절 스피드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여전히 150㎞ 안팎의 직구를 구사하고 있다. 이제 실전에서 중요한 것은 안정된 제구력과 경기운영능력이다. 아니, 예전부터 엄정욱 부활의 숙제였는 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소득이 있었다.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제구력이 좋아졌다. SK의 선발진이 붕괴된 지난달 9일 인천 롯데전에서 그는 5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승리투수와 인연이 없었지만, SK의 선발을 보충한 알토란같은 활약이었다.
그가 드디어 올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6일 인천 KIA전에서 6이닝동안 탈삼진 9개를 솎아내며, 4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직구와 같은 궤적으로 들어오다 떨어지는 포크볼이 위력적이었다. 제구가 되면서 KIA 타자들의 방망이는 속수무책이었다. 지난해 4월11일 이후 482일 만의 선발승.
그를 괴롭혔던 스피드와 제구력 사이의 딜레마에서 이제 벗어났다. 승리공식을 점점 깨닫고 있는 엄정욱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