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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곤이 밝히는 유격수와 3루 수비의 차이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08-07 12:18


KIA 전천후 베테랑 내야수 이현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얼마전 KIA 이범호의 유격수 출전이 화제가 됐었다.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의 으뜸 볼거리. 유격수 선발 출전 자체가 한화 시절이던 지난 2004년 9월19일 문학 SK전 이후 거의 7년여 만이어서 더욱 주목도를 높였다.

이범호를 2510일만에 유격수로 밀어넣은 장본인은 선배 이현곤이었다. 하필 그날 담통증이 와서 원활한 움직임이 어려웠다. 다행히 하루만에 통증을 참고 선발 출전을 시작해 이범호의 유격수 수비는 '하루 볼거리'에 그치게 됐다.

이현곤은 팀 내에서 가치 있는 베테랑 선수다. 풍부한 경험과 안정된 수비력을 갖춘데다 내야 어느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내야수다. 2번-유격수로 맹활약하던 김선빈이 공에 안면을 맞는 불의의 부상으로 빠진 빈자리를 큰 문제 없이 메우고 있는 것도 이현곤 덕분이다.

'만능 내야수' 이현곤이 유격수와 3루수 수비의 차이를 설명했다. 후배 이범호에게 느닷없는 유격수 수비 부담을 안기게 된 데 대한 미안함도 살짝 섞여 있었다.

이현곤은 "3루와 유격수 수비는 전혀 다르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과연 어떻게 다를까. 이현곤의 설명이다.

시야의 차이가 주는 반응의 차이

내야수비에 있어 배팅 순간의 시야 확보는 큰 차이를 낳는다. 오른손 타자가 타석에 설 경우 3루수는 타자의 등에 시야가 가려 공이 배트에 접촉하는 순간을 볼 수 없다. 반면 유격수는 타격 순간을 정확히 볼 수 있다. 타구에 대한 반응 속도가 달라지니 그만큼 수비 범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3루수는 안 보이는데서 출발한 타구가 유격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강하게 날아온다. 순간 대처를 위한 순발력이 중요하다. '핫코너' 라고 불리는 이유다.


전-후와 좌-우의 동선 차이

타격 순간에 대한 시야가 확보된 유격수는 타격 순간 빠르게 포구 예측 지점으로 잔 스텝을 옮길 수 있다. 3루수에 비해 타자와의 거리도 멀다. 이 때문에 유격수의 좌-우 수비 범위는 상대적으로 넓다. 책임져야 할 영토가 광활하니 내야수 중 움직임도 가장 많다. 타구 뿐 아니라 투수와의 픽오프 플레이와 도루 저지, 병살 처리 등 수시로 2루를 들락거려야 한다. 그만큼 체력부담이 내야수 중 가장 크다. 수비가 탄탄할 경우 타격 성적이 다소 쳐지더라도 폭넓은 이해를 받는 이유다. 게다가 유격수는 내야수 중 가장 큰 송구 부담을 안고 플레이를 한다. 좌-우로 움직이면서 포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송구 방법도 다양하다. 러닝스로우와 사이드암 송구에 깊은 타구의 경우 의도된 정확한 원바운드 송구도 필요하다.

반면 시야 확보가 안되고 타자와 가까이 서있는 3루수는 좌-우 범위가 넓기를 기대하는건 무리다. 오히려 좌-우보다 전-후 움직임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이현곤은 "3루수는 가장 빠른 땅볼과 가장 느린 땅볼 처리가 가능해야하는 위치"라고 설명한다. 배트에 빗맞아 3루쪽으로 '먹힌' 느린 바운드성 타구는 빠르게 전진해 처리하지 않으면 내야안타가 될 확률이 높다. 발빠른 타자의 경우 한두걸음 앞에 나가 있어야하는 점도 부담이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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