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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KIA 이범호의 유격수 출전이 화제가 됐었다.
이현곤은 팀 내에서 가치 있는 베테랑 선수다. 풍부한 경험과 안정된 수비력을 갖춘데다 내야 어느 포지션도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내야수다. 2번-유격수로 맹활약하던 김선빈이 공에 안면을 맞는 불의의 부상으로 빠진 빈자리를 큰 문제 없이 메우고 있는 것도 이현곤 덕분이다.
'만능 내야수' 이현곤이 유격수와 3루수 수비의 차이를 설명했다. 후배 이범호에게 느닷없는 유격수 수비 부담을 안기게 된 데 대한 미안함도 살짝 섞여 있었다.
시야의 차이가 주는 반응의 차이
내야수비에 있어 배팅 순간의 시야 확보는 큰 차이를 낳는다. 오른손 타자가 타석에 설 경우 3루수는 타자의 등에 시야가 가려 공이 배트에 접촉하는 순간을 볼 수 없다. 반면 유격수는 타격 순간을 정확히 볼 수 있다. 타구에 대한 반응 속도가 달라지니 그만큼 수비 범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3루수는 안 보이는데서 출발한 타구가 유격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강하게 날아온다. 순간 대처를 위한 순발력이 중요하다. '핫코너' 라고 불리는 이유다.
전-후와 좌-우의 동선 차이
타격 순간에 대한 시야가 확보된 유격수는 타격 순간 빠르게 포구 예측 지점으로 잔 스텝을 옮길 수 있다. 3루수에 비해 타자와의 거리도 멀다. 이 때문에 유격수의 좌-우 수비 범위는 상대적으로 넓다. 책임져야 할 영토가 광활하니 내야수 중 움직임도 가장 많다. 타구 뿐 아니라 투수와의 픽오프 플레이와 도루 저지, 병살 처리 등 수시로 2루를 들락거려야 한다. 그만큼 체력부담이 내야수 중 가장 크다. 수비가 탄탄할 경우 타격 성적이 다소 쳐지더라도 폭넓은 이해를 받는 이유다. 게다가 유격수는 내야수 중 가장 큰 송구 부담을 안고 플레이를 한다. 좌-우로 움직이면서 포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송구 방법도 다양하다. 러닝스로우와 사이드암 송구에 깊은 타구의 경우 의도된 정확한 원바운드 송구도 필요하다.
반면 시야 확보가 안되고 타자와 가까이 서있는 3루수는 좌-우 범위가 넓기를 기대하는건 무리다. 오히려 좌-우보다 전-후 움직임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이현곤은 "3루수는 가장 빠른 땅볼과 가장 느린 땅볼 처리가 가능해야하는 위치"라고 설명한다. 배트에 빗맞아 3루쪽으로 '먹힌' 느린 바운드성 타구는 빠르게 전진해 처리하지 않으면 내야안타가 될 확률이 높다. 발빠른 타자의 경우 한두걸음 앞에 나가 있어야하는 점도 부담이다.
인천=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