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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주키치 "아~깝다 노히트 노런"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1-08-05 21:57


역사적인 장면이 펼쳐질 뻔 했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퍼펙트 게임이 아웃카운트 4개를 남겨 놓고 아쉽게 깨졌다. LG 외국인 투수 주키치(29)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한화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단 한개의 안타도, 단 한개의 4사구도 허용하지 않으며 매이닝 삼자범퇴로 끝냈다.

LG 타자들도 초반부터 한화 마운드를 몰아붙여 7회까지 8-0으로 달아났다. 승부는 일찌감치 기울어졌다. 주키치의 퍼펙트 게임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7회까지 투구수는 84개에 불과했다. 8회에도 등판한 주키치는 첫 타자인 4번 최진행을 우익수 플라이로 돌려 세웠다. 퍼펙트 게임까지 최대 고비로 여겨진 5번 가르시아와의 만남. 가르시아는 작심한 듯 주키치의 초구에 힘차게 배트를 돌렸다. 공은 배트 중심에 맞았다. 3루측 관중석의 한화팬들과 덕아웃에 있던 한화 선수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구는 쭉쭉 뻗어 잠실구장 외야 우중간으로 날아갔지만 펜스 바로 밑에서 LG 중견수 이대형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 이번엔 반대로 1루측 LG 관중석이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LG팬들은 "주키치, 퍼펙트"를 연호하기 시작했다. 주키치 역시 기록을 의식한 듯 가르시아의 타구가 잡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퍼펙트 게임까지 남은 건 한화의 하위 타자 4명과의 대결.

하지만 긴장이 풀려서였을까. 주키치는 2사 이후 대결한 이양기에게 안타를 맞고 말았다. 주키치는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시속 139km짜리 낮은 컷패스트볼을 던졌다. 스트라이크존보다 낮은 공이었다. 이양기는 이 공을 가볍게 잡아 당겨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빠져 나가는 안타를 만들어냈고, 주키치의 퍼펙트 게임은 날아가고 말았다.

주키치는 대기록이 날아가는 순간 마운드에서 웃고 있었다.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주키치는 다음 타자 이여상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이어 신경현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LG 팬들은 덕아웃으로 걸어들어오는 주키치를 향해 "주키치"를 목청껏 불렀고, 이에 주키치는 모자를 벗어 관중석을 향해 인사를 했다.

이날 주키치가 퍼펙트 게임에 근접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다양한 구질의 공을 완벽한 제구로 던졌기 때문이다.


총 102개의 공을 던진 주키치는 스트라이크 73개에 볼은 29개에 불과했다. 컨트롤이 완벽했다. 특히 직구(29개), 커브(22개), 커트(28개), 체인지업(21) 등의 다양한 구질을 완벽하게 던지며 팔색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한화 타자들은 주키치에게 안타를 뽑기 위해 기습 번트를 시도하고, 배트를 짧게 잡아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기후 대기록을 깬 이양기는 "퍼펙트를 깨야겠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갔다. 직구를 노리고 있었는데 마침 직구가 들어와 안타를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록을 놓친 주키치는 "경기전 컨디션은 썩 좋지 않았다. 마운드에서 던지면서 안정이 됐다. 경기전 비디오를 보며 상대 타자를 분석한 게 효과를 봤다. 퍼펙트는 크게 신경지 않았지만 안타 맞는 순간엔 아쉬워서 웃을 수 밖에 없었다"며 솔직한 마음을 표현했다.


잠실=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5일 잠실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 6회초 2사 한화 이대수의 직선 타구를 LG 3루수 정성훈이 점프하며 잡아내자 주키치가 포효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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