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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성근 감독이 이대호와 관련해 '임창용 케이스'를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당시 임창용이 큰 기대를 받을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2004년에 2승36세이브, 방어율 2.01을 기록한 임창용은 2005년 가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2006년에 복귀해 딱 한경기를 뛰었고, 2007년에 본격적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5승7패3홀드에 방어율 4.90으로 부진했다.
그때만 해도 임창용의 수술 후유증이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이제 임창용도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임창용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 수준으로 일본행을 결정했다. 뭔가 색다른 분위기에서 야구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고, 애초부터 해외 무대 진출 의지가 강해 끝내 실현한 것이다.
임창용처럼, 좋은 경력을 갖고도 국내에서 FA 계약때 번번이 손해를 본 투수도 없다. 거의 매번 해외 진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도했고, 미국으로 건너가 포스팅시스템에 참가한 적도 있다. 하지만 실패했고, 그럴 때마다 아쉬워서 돌아오는 입장이 되다보니 '대박 계약'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창용은 계속 도전했고 2007년말에 그 꿈을 이뤘다. 첫해인 2008년의 보장된 연봉은 일본내 용병 최저 수준인 30만달러 정도였다. 물론 좋은 성적 덕분에 나중에 인센티브가 많이 더해졌지만, 처음엔 돈은 큰 변수가 아니었던 셈이다. 그렇게 3년간 일본 최고 레벨 마무리로 올라선 뒤 지난 연말에는 '2+1년'에 최대 15억엔의 초대형 계약에 성공했다.
임창용은 "어려울 때 나를 받아준 야쿠르트 구단이 고맙다"는 얘기를 지금도 자주 한다. 매사 쿨한 스타일의 임창용이지만 2007년은 그의 야구인생에서 정말 힘들었던 시기였을 것이다.
임창용은 당시 삼성에 그냥 남았더라도 연봉 3억원 이상은 손쉽게 받을 수 있었다. 그의 발걸음을 해외 무대로 옮긴 원동력은 돈이 아닌 꿈이었다. 바로 김성근 감독이 이대호와 관련해 임창용을 언급한 이유다.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각오가 없으면 다른 리그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