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돌풍의 화순고엔 발바리 최민재가 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8-01 21:36


1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제 66회 ?룡기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 대구고와 충암고의 경기에서 충암고 변진수가 2회초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목동=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국내 유일의 군(郡) 단위 야구팀 화순고의 돌풍은 청룡기에서도 계속됐다.

화순고는 열악한 야구팀의 대명사다. 자원이 부족한 군 단위인 까닭에 선수 정원이 17명 밖에 안된다. 선수들 가정형편은 물론 학교재정도 넉넉지 않아 기본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마땅한 운동장이 없어 주변을 전전하기 일쑤다.

그래도 2002년 창단 이후 4차례 전국대회 준우승하며 돌풍의 신생팀으로 이름을 알렸다. 올시즌 후반기 주말리그에서 6전승으로 전라권 1위를 차지하며 청룡기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화순고의 돌풍은 1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제66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스포츠조선-조선일보-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1회전(32강)서도 멈추지 않았다. 청주고를 11대4로 대파하며 8회 콜드게임으로 끝냈다. 후반기 주말리그 평균 3할5푼의 팀타율을 과시하듯 이번 대회 한 경기 최다인 14개의 안타를 몰아치며 상대를 유린했다.

무려 8개의 안타와 5타점-3득점을 합작한 문의성-최민재-최재원의 상위타선 3총사가 맹활약했다. 이들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끈 이가 2학년 중견수 최민재였다.

최민재는 초고속 주루플레이와 절정의 타격감으로 무장한 '손-발의 귀재'였다. 6타수 4안타 2타점 2득점의 성적표는 당연한 결과다. 4-2로 앞선 채 맞은 5회초 승부처에서 반짝 빛을 발했다. 2사 1, 2루에서 2루수앞으로 타구를 보냈지만 쾌속 질주를 앞세워 적시타로 만들었다. 이어 최민재는 후속타자의 안타를 포구한 좌익수가 주춤한 틈을 타 1루에서 홈까지 들어오는 묘기를 부렸다. 이 뿐만 아니라 최민재는 도루 1개를 추가하는 등 진루만 했다 하면 빠른 발로 상대를 무던히 괴롭혔다. 아니나 다를까. 최민재의 100m 주파기록은 11.5초. 팀내 최고의 '발바리'였다.

최민재가 '맨발의 기봉이'처럼 죽어라 뛰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어머니를 즐겁게 해 드리고 싶다. 선수 아들 뒷바라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요금 수납원으로 일하시는 어머니다. 회사원인 아버지의 벌이로는 빠듯하니 어쩔 수가 없다.

최민재는 하루종일 매연-소음과 씨름하며 고생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전국대회 도루왕 타이틀을 안겨드리고 싶다. 전반기 도루왕(5경기-4개)에 올랐던 최민재는 "우선 목표는 팀이 4강 무대를 밟아 보는 것이고,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도루왕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최민재는 중학교 3학년때 오른쪽 팔꿈치 부상으로 겪었던 힘든 시간을 떠올리면 매경기 이를 악물고 뛰지 않을 수 없다고 다짐한다. 역시 '발빠른 악바리'끼리는 통한다. 최민재의 롤모델은 프로야구판의 대표 '악바리' 정근우(SK)였다.

한편 앞서 벌어진 경남고-동성고, 충암고-대구고 경기에서는 우승후보인 경남고와 충암고가 나란히 7회 8대0 콜드게임 승리를 수확했다. 경남고에서는 3타수 2안타 5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이태양(3년)이, 충암고서는 5이닝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한 사이드암 변진수(3년)가 일등공신이었다.

이날 유일하게 역전-재역전의 접전이 펼쳐진 덕수고-개성고전에서는 덕수고가 10대7로 짜릿하게 승리했다.
목동=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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