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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지도를 마치고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그에게서 열정을 뛰어넘는 즐거움이 느껴졌다. 양 위원은 "새벽까지 비가 와서 대회를 못 열까봐 걱정했다. 아침부터 모든 걸 다시 세팅해 힘들어지만 꿈을 갖고 온 아이들이 뛸 수 있어 천만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하필 '아마추어 청소년' 대회인지 궁금했다. 그는 "유소년 리틀야구의 경우 원로분들이 많이 살려놓은 상태다. 사회인 야구는 구성원들이 사비를 모아 운영한다. 하지만 청소년 야구는 그게 쉽지 않다. 유소년에서 청소년 야구로 넘어가지 못한다. 아예 야구선수의 길을 가는 게 아니라면, 공부를 위해 야구를 포기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곧이어 "야구의 근간이 될 수 있는데 너무 아쉽다. 아래가 튼튼해야 위도 강해지는 법이다. 청소년들이 공부하면서 충분히 야구를 즐길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었다. 연습할 장소가 없는 것은 물론, 장비 역시 빌려 쓰기 일쑤였다. 어린 시절 야구를 했던 친구들이 대학 입학 후 의기투합해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청주 블루윙즈의 이용현 코치(20)는 "청소년수련원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실질적인 지원은 거의 없다. 대학교 동아리 장비를 가져다 쓰고 있다. 운동장 역시 비는 운동장을 전전한다"면서 "이런 대회 역시 거의 없다. 클럽 야구가 활성화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자원봉사에 나선 영남대 야구 동아리 소속 강기호(24)씨는 경기 전 선수들에게 직접 펑고를 쳐주면서 "어렸을 때 야구를 좋아해도 직접 하기는 힘들었다. 아이들이 정말 즐겁게 야구한다. 부럽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재단을 통해 큰 꿈을 품고 있었다. 야구를 통해 인성 교육을 하고, 더 나아가 사회의 리더를 양성하고자 했다. 그는 "야구 지도자란 말이 아니다. 야구를 통해 사회의 리더를 키우고 싶다. 시장, 국회의원, 대통령 못 나온다는 법 없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우리 때는 야구를 하면 야구만 해야해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지금은 야구를 통해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야구는 질서, 예의, 팀워크 뿐만 아니라 희생하는 법, 리더가 되는 법까지 가르쳐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야구재단 운영 뿐만 아니라 해설위원, 예능 출연까지 눈코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 중계하다가 코피까지 쏟았다. 할게 너무 많다"며 크게 웃은 양 위원은 "선수 때는 야구가 전부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재단 설립하고 나니 할 일이 너무 많다. 야구의 인기가 늘었지만, 아직 저변이 부족하다. 실질적으로 필드에서 움직이는 사람이 없다. 지자체를 찾아가 설득하고, 야구를 알리는 발로 뛸 사람이 필요하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야구 해설과 예능 출연은 가욋일이 아닐까. 그는 "사실 삼성에서 코치 연수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한군데에 얽매이기는 싫었다. 해설을 선택하게 된 건 끊임없이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야구만을 바라보고 살다보니 야구를 떠날 수가 없었다. 예능 출연은 야구를 널리 알리기 위한 방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면서 "지도자 생각이 없는 게 아니다. 사람 일은 모르는게 아닌가. 기회가 되면 언제든 지도자의 길을 갈 수 있다"고 했다.
양 위원은 인터뷰 내내 이제 선수 출신이 나서야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야구 행정가 또한 내 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하는 이 일 또한 지도자가 아닌가"라며 미소지었다. 그는 대회 기간 내내 네곳으로 나눠진 운동장을 오가며 청소년들과 함께 호흡했다. 바로 옆에서 함께 뛰는, 진짜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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