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의 베테랑 강동우(37)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은 타자들에 대한 쓴소리를 애써 감추지 않는 편이다. 일종의 자극요법이다.
한 감독의 표현대로 나잇값을 잘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딱히 나무랄 구석이 없다. 1998년 삼성에서 데뷔해 두산-KIA를 거쳐 3시즌째 한화맨으로 뛰고 있는 강동우.
산전수전 다 겪으며 자연스럽게 쇠퇴할 시기가 됐지만 오히려 새로운 전성시대를 예고하며 한화의 숨은 공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동우의 재발견이다.
나이만 많은 게 아니다
강동우는 한화 팀에서는 물론 8개 구단 1번타자 가운데 나이가 가장 많다. 이종범(41·KIA) 송지만(38·넥센) 등에 비해서는 아직 한창이지만 젊은 코치들과 비슷한 나이 때문에 '지는 해' 취급받기 십상이다. 하지만 한화에서 강동우는 오히려 회춘하고 있다. 30일 현재 한화 선수 가운데 86경기를 한 경기도 빠짐없이 출전한 선수로 강동우가 유일하다. 8개 구단 통틀어 100% 출전율을 기록한 선수가 강동우를 포함해 전준우 이대호(이상 롯데) 최형우(삼성) 알드리지(넥센) 등 5명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설렁설렁 뛰는 것도 아니다. 도루 10개로 팀에서 이여상(13개) 한상훈(12개) 다음으로 많다. 시즌 평균 타율은 2할6푼3리지만 득점권 타율에서는 3할4푼3리로 전체 6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찬스에 강한 노장이 힘은 홈런 기록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강동우는 30일 SK전에서 4-1로 앞서있던 5회말 스리런 쐐기포로 7대2 승리를 도왔다. 이 때 기록한 올시즌 11호째 홈런은 강동우 생애 한 시즌 최다 기록이었다. 한화 입단 첫해(2009년) 평균 타율 3할4리로 생애 최고 시즌을 보낼 때 10홈런이었다가 지난해 4홈런으로 주춤했었다. 올시즌 일정이 3분의2 밖에 지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부활세다. 국내 1루수 중에서는 당연히 '홈런왕'이다. 정근우(SK) 김민우(넥센·이상 5개)에 비해 월등히 많다. 사실 1번타자는 출루율이 우선이지 홈런 많이 친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한화는 하위타선에서 테이블세터로 접어들 때 승부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강동우의 한방 능력이 더욱 값져 보이는 이유다.
나잇값을 제대로 한다
대구 출신인 강동우는 전형적인 '경상도 사나이'다. 한화 선수단 안에서는 보기 드문 걸죽한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할 때부터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경상도는 무뚝뚝한 게 매력아니랄까봐 늘 과묵하게 훈련하고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몹시 신중하다. 조카뻘 후배들을 묵묵히 지켜볼 뿐 별달리 선배 행세도 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은 "오히려 그게 더 무서울 때가 있다"고 한다. 강동우는 고참으로서 '총대'도 잘 맨다. 관련 일화가 있다. 한화 팬 가운데 유난히 소음에 가까운 응원 함성으로 소문난 남성이 있다. 주변 관중은 물론 덕아웃의 선수들도 소음때문에 불편해 할 정도였다. 그래도 선수들은 상대가 팬인지라 대응도 못하고 냉가슴을 앓고 있었다. 이 때 강동우가 나섰다. 민원 해결에 나선 것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당신이…"라고 하는 바람에 시비거는 줄 알고 약간의 오해가 있었지만 강동우는 문제의 남성과 1대1로 만나 담판을 지었고, 결국 형님-동생 사이가 됐다. 한화 프런트는 "강동우가 대차고 능숙하게 대응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영락없는 큰 형님의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감독은 "겨울 캠프 동안 스윙시 상체가 흔들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언을 충실히 받아들이더니 효과를 봤다"며 강동우 타격 비결을 설명한다. 맏형이 말 잘듣고 효과봤다는데 고집피울 동생들이 어디 있을까. 이게 바로 한화 구단이 기대하는 강동우 나잇값 효과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