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본즈도 서있는 쓰리볼, 박석민은 왜?

'배리 본즈도 기다린다'는 볼카운트 0-3. 박석민은 왜 휘둘렀을까.

삼성 박석민이 29일 잠실 LG전에서 결승타를 기록했다. 2-2로 팽팽한 6회초 1사 1,3루에서 LG 선발 리즈로부터 좌전 적시타를 뽑아내 결승타를 기록했다.

중요한 건 볼카운트 0-3에서 타격을 했다는 사실. 이른바 '쓰리볼 공략'이 이뤄진 것이다. 어지간하면 공 하나쯤 지켜볼 수도 있었지만 적극적인 배팅이 나왔다.

류중일 감독 "쓰리볼이면 찬스 아닌가?"

올초 류중일 감독이 취임사로 '공격적 야구'를 천명했다. 오해하면 안 된다. 홈런을 펑펑 치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삼성 타선 전력으로 봤을 때 홈런이 많이 나오긴 어렵다. 류 감독의 공격적 야구는 적극적인 공략과 기민한 상황 판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정규시즌에 들어선 뒤 류 감독은 타자들에게 "0-3에서 쳐라. 찬스 아닌가? 적극적으로 휘둘러야 한다"고 주문해왔다. 실제 경기중 볼카운트 0-3 장면때 덕아웃의 류 감독이 타자를 향해 휘두르라는 포즈를 취한 뒤 박수를 치는 광경이 자주 보인다.

이같은 주문이 이젠 삼성 타자들에게 익숙해졌다. 박석민은 이날 망설임 없이 스윙했다. 리즈가 던진 공은 145㎞짜리 직구였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왔고, 약간 바깥쪽 코스였다.

타구는 LG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빠져나갔다. 박석민이 처음부터 노리고 자신있게 때린 덕분에 안타가 됐다고 볼 수 있다. 그저 단순히 '치라니까 친다'는 자세였다면 유격수 땅볼이나 파울이 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쓰리볼 공략, 은근히 어렵다

볼카운트 0-3. 결국 쓰리볼 공략을 지시하는 건, '스트라이크 들어올 확률이 최대일 때 먼저 공략하라'는 의미다. 대체로 70% 이상이라 볼 수 있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건 사실이다. 그런데 타자는 '타율 3할이면 예술'이란 말로 평가받는 직업이라는 게 문제다. 투수가 한가운데 던진다 해도 그걸 매번 안타로 연결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쓰리볼 공략은 은근히 쉽지 않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올 가능성은 분명 높다. 대신 이럴때의 스트라이크존은 은근히 넓다. 찬스에서 쓰리볼 공략을 하다 빗맞아서 병살타라도 되는 날이면 팀에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에 고개를 들 수 없다.

삼성 김한수 타격코치로부터 얼마전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쓰리볼에서 타자가 스윙을 시작했다 치자. 그런데 스트라이크가 아닐 경우가 있다. 그때 배트를 걷어들여야 하는데, 타자는 배트가 나가기 시작하면 멈추는 것 보다는 공을 맞히려 따라가는 본능이 있다. 그렇게 치다보면 틱 하고 건드리게 된다. 타자가 쓰리볼 공략에 은근히 부담을 갖는 이유다."

결국 쓰리볼 공략이라는 게 잘 이뤄지려면 일단 타자가 과감해야 한다. 또한 '이거 못 쳐도 욕 먹지 않는다'는 믿음을 벤치가 심어줘야 한다. 박석민은 결단력이 있었고, 삼성 벤치는 그런 분위기를 그동안 만들어온 셈이다. 홈런 보다 의미있는 땅볼 결승타였다.


잠실=김남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