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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이대호 절친들의 얄궂은 운명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1-07-28 15:28


절친인 김태균과 이대호가 올시즌 FA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몸값 경쟁을 벌여야 할 상황이 됐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서 함께 훈련중인 김태균과 이대호. 스포츠조선 DB

지바 롯데 김태균이 올시즌 종료후 국내 복귀를 선언하면서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둘도 없는 절친이자 라이벌인 롯데 이대호와 함께 또다시 야구팬들의 시선을 받게 된 것이다. 김태균과 이대호는 1982년생 동갑내기로 2001년 함께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김태균은 1차지명에서 연고팀인 한화의 선택을 받았고, 이대호는 2차 1라운드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둘은 2000년대 대표적인 오른손 강타자로 성적과 인기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을 벌이면서도 친구 사이로 우정을 쌓아왔다. 하지만 올겨울 둘은 FA 시장에서 서로의 행보를 관심깊게 지켜봐야 할 '얄궂은 운명'으로 다시 만나게 됐다.

김태균, 신인왕과 해외진출

출발은 김태균이 앞섰다. 김태균은 2001년 타율 3할3푼5리, 20홈런으로 신인왕에 올랐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고, 2009년까지 통산 타율 3할1푼에 188홈런, 701타점을 올리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벤치 멤버였지만, 2009년 제2회 WBC에서는 세계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다. 베네수엘라와의 준결승에서 투런포를 날리는 등 3홈런 11타점을 올리며 1루수로 '세계 베스트10'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대호보다 2년 먼저 FA가 된 김태균이 2010년 일본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제2회 WBC때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이대호, 홈런왕과 MVP

투수로 입단한 이대호는 초창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대호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그해 20홈런 68타점을 기록하며 롯데의 주전으로 떠오른 이대호는 2006년 정규시즌서 1984년 이만수 이후 처음으로 타자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한국 프로야구에 이대호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에는 9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린 것을 비롯, 44홈런 133타점으로 생애 첫 MVP에 오르기도 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는 타율 4할2푼9리에 3홈런 10타점으로 금메달 획득의 선봉에 섰다. 단 한 가지, 김태균과 함께 출전한 제2회 WBC에서는 홈런을 단 한 개도 치지 못하는 등 주목을 받지 못한게 아쉬웠다.

FA시장의 영웅은 누구?

둘의 얄궂은 운명은 3라운드를 맞게 됐다. 사실 김태균이 국내로 복귀하면 해외진출을 원하는 이대호에게는 그만큼 기회가 늘어나는 셈이 된다. 만약 지바 롯데 등이 또다시 한국 출신 거포 영입을 추진한다면 1순위는 당연히 이대호다. 이대호는 올시즌을 마치면 FA 연한인 9시즌을 채우기 때문에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없다. 그러나 문제는 해외진출이 실패로 돌아갔을 경우다. 해외진출을 포기하는 시점이 변수가 되겠지만, 김태균과 몸값 경쟁을 벌일 수 밖에 없다. 김태균은 한화를 비롯한 모든 구단과 동시에 협상을 할 수 있다. 친정팀 한화는 역대 최고대우를 약속한 상태다. 이대호는 FA가 되면 먼저 롯데와 우선협상을 벌여야 한다. 만일 우선협상기간 동안 거포를 원하는 팀이 김태균을 잡게 되면 이대호에게는 몸값을 높일 기회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아직 모든 것은 시나리오상의 이야기지만, 둘은 앞으로 서로의 행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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