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만 해도 일본은 꿈의 무대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이 자격만 되면 바라보던 곳이 일본이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쉽지 않은 만큼 일본은 상대적으로 진출 가능성이 높았다. 실제로 일본팀에서 뛰었거나,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김태균은 큰 돈(내년 연봉 1억5000만엔, 약 20억원)을 포기하고 한국 복귀를 선언했다. 표면적 이유는 허리 부상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이 큰 영향을 줬다. 현지에서 지진과 쓰나미를 경험한 김태균은 "충격을 크게 받았다"고 털어 놓았다. 야구도 중요하지만 불안한 생활 환경이 큰 이유로 작용한 것이다.
일본 지진 상황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일본 진출 가능성이 있는 국내 선수들도 지진 이후 심경의 변화가 많았다. 내년 시즌 이후 해외진출 자격을 갖게 되는 한화 류현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내년 이후엔 무조건 해외로 가고 싶다. 작년까지는 일본으로 가는 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미국이든 일본이든 기회가 닿는 곳이면 어디든 괜찮다"고 말했다.
기회가 닿는 곳이라고 말했지만 비슷한 조건이면 미국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 미국, 일본에서 통할 타자로 손꼽았던 LG 이택근도 내년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로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 이택근은 "이전엔 일본에서 뛰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지진 사태를 본 이후에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일본으로 건너가는 해외파는 한국 프로 야구에서 인정 받은 선수들이다. 결혼을 해 가족과 함께 일본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안전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일본행을 주저하는 또다른 이유는 성공 보장 확률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현미경 야구다. 치밀한 분석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 동양인 투수 최다승(124승) 기록을 갖고 있는 박찬호(오릭스)도 일본 적응에 실패했다. 게다가 일본 구단은 외국인 선수인 한국 선수가 부진할때는 무서울 정도로 냉담하다.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일본을 경험한 선수들의 대답이다. 성공보다는 실패해서 돌아온 선수가 더 많았다.
일본이 좋았던 이유는 돈이다. 한국보다는 큰 돈을 만질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그라운드 안팎에서 겪어야하는 스트레스를 감안하면 굳이 일본을 선택할 이유는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