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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10대1 인터뷰] 류중일 감독 "김재박 감독이 모든 면에서 낫지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07-22 03:12 | 최종수정 2011-07-24 13:56


스포츠조선
2011.07.20
삼성 류중일 감독이 20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 전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cun.com

"전성기 시절 김재박 감독님보다 제가 나은 점도 있었지요."

가식이 없었다. 초보 사령탑으로 자신의 모자란 점은 당연하다는 듯이 맞다고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뚝심이 엿보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 그는 '푸른 피의 사나이'다. 경북 포항 출신인 그는 대구중, 경북고, 한양대를 거쳐 1987년 삼성의 유니폼을 입었다. 13시즌 동안 삼성에서 맹활약하면서 유격수의 대명사였다. 그리고 2000년 지도자로서 첫 발을 내디딘 팀도 삼성이다. 올해는 삼성의 지휘봉까지 잡았다. 무려 23년동안 삼성 유니폼만 입은 명실상부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초보 사령탑이지만, 녹록지 않은 지도력을 선보이고 있다. 전반기를 마친 현재 삼성은 46승2무33패로 KIA에 2게임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다. 10대1 인터뷰가 그를 만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20일 대구야구장 감독실에서 그와 인터뷰를 했다.

─성적이 좋을 때와 나쁠 때 표정이 너무 확 드러난다. 특히 좋을 때 표정이 너무 밝아. 누구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앞으로 표정관리 좀 해볼 생각 없나. (한화 한대화 감독)

(너무 화들짝 놀라는 표정이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이쿠야, 한 감독님 죄송합니다. 사실 처음 감독을 맡아서 가장 어려운 게 표정관리인 거 같아요. 약올리려고 하는 게 아니고, 갑자기 역전타를 쳤다든지 하면 순간 감독의 신분을 까먹는 거에요. 아직 코치 시절 버릇이 나오는거니까 이해 좀 해주세요. (팬들은 류 감독의 가감없는 표정을 좋아한다. 그 얘기를 해줬다.) 아, 그래요? 하하하하.(당황한 기색은 어디로 가고 천진난만하게 웃는다) 차츰 시간이 흐르면 좀 달라지겠지요.

─2008년 괌 스프링캠프를 기억하시나요. 제가 삼성에 있을 땐데, 그때 감독님이 수비코치로 계셨어요. 제가 낮이나 밤이나 수비 좀 가르쳐달라고 졸랐는데, 감독님이 '바쁘다. 귀찮다'며 절 피하시는 바람에 상처를 많이 입었습니다.(농담조다) 그래서 제가 요즘 삼성과 경기하면 이 악물고 합니다. 흐흐. 근데 그때 왜 그러셨나요. (한화 이여상)

(이번에는 표정이 심각해진다. 질문한 기자가 미안할 정도다. 잠시 생각을 하더니만) 여상이 잘 알지. 아이고 근데 그때 왜 거절했는지 기억이 안나네. 아마 여상이보다 더 급한 선수가 있어서 농담으로 그랬을거야. 개인적으로 싫어할 리가 있나. 코치는 항상 선수를 가르쳐야 하는데. 그때 거절했다면 미안하데이.


─오래 전에 같이 삼성 코치하면서 룸메이트 할 때 말이야.(2000~2002년) 하도 나한테 질문을 많이 하는 바람에 귀가 다 아팠다고.(웃음) 요즘에도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나. (KIA 조범현 감독)

(또 박장대소를 한다. 그때 기억이 나는지 즐거워한다.) 아, 기억나요. 그때 제가 처음 코치 할 때였는데, 너무 궁금한게 많더라고요. 그때 조 감독님이 배터리 코치셨는데, 시야도 넓으시고, 능력도 좋으시고. 그만큼 신뢰하니까 계속 물었죠. 그때 괌 스프링캠프땐데 이런 상황은 어떻습니까, 저런 상황은 어떻습니까, 진짜 제가 많이 물었죠. 맥주도 같이 마시면서 야구를 많이 배웠는데. (룸메이트를 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 하나만 알려달라고 졸랐다.) 조 감독님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카드 치는 걸 좋아해요. 둘이서 쇼핑갔다가 잔돈이 많이 남잖아요. 그래서 가끔씩 25센트, 10센트 따먹기 놀이하고 그랬어요.

─대한민국 유격수 계보를 이은 명유격수 출신이십니다. 그런데 항상 김재박 감독님 때문에 2인자의 느낌으로 비쳐졌는데, 솔직히 본인이 더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으신지요. (넥센 강정호)

(또 표정이 진지모드로 바뀐다) 김재박 감독님하고는 8년 정도 차이가 난다. 모든 성적에서 김재박 감독이 나보다 더 좋으셨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내가 많이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근데 내가 힘이 있을때(전성기)는 기량 면에서는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본다.

─현역 선수중 최고 유격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지.(넥센 강정호)

지금은 손시헌이 제일 낫다. 정호도 좋은 기량을 가졌는데 수비가 좀 불안하고. 앞으로 발전이 기대되는 선수는 김상수다. 발이 빠르고, 송구, 핸들링, 작전수행 능력도 괜찮고. 지금 상수가 대학교 3학년 나이인데 나는 그 당시에 지금 상수처럼 하지 못했다. 자만하는 것, 부상당하는 것이 문제다. 사실 상수 가르치면서 수비 실수 장면을 비디오로 보고 같이 얘기하고 그래서 작년에 실책수가 많이 줄었는데, 올해 신경 안 쓰니까 또 실책이 늘었다.

─야통(야구 대통령)이란 별명을 직접 지었다고 기사에서 봤는데요. 신(야신)도 왕(야왕)도 이기는 대통령을 의미하시는 겁니까. 진짜 의미가 궁금해요(넥센 유한준)

(손을 휘휘저으면서 당황한다) 아니야. 내가 지은 게 아니야. 내가 무슨 야통이야. 아직 멀었지. 처음 야통 얘기는 기자들이 먼저 꺼낸거야. 야신, 조갈량, 야왕 나오는데 류 감독님도 별명을 지으시는게 좋겠다고 그러면서 야통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게 뭔데. 야간통행금지?'라고 해서 다들 웃었어. 뒤에 얘기를 듣고 '초보 감독이 무슨 야통. 내년에도 잘하면 모를까'라고 하니까, '그럼 야돌은 어떠세요'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또 '그건 뭔데. 야구 똘아이?'라고 했어. 나중에 '야구 아이돌'이라고 하더만. 지금은 야통보다는 야돌이 좋지.

─첫 해 감독직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계시는데 삼성을 제외한 다른 팀을 간다면 어느 팀이 매력적인가요. 삼성 이외의 팀에 가보고 싶은 적은 없으신지. (넥센 유한준, 삼성 오승환)

하하하. 넥센 할까. 글쎄. 사실 각 팀마다 매력이 있잖아. 나도 삼성에만 쭉 있어봐서 좋은 부분도 있지만, 뭐라 그래야 되나. 다른 구단 내부사정을 잘 모르니까. 좀 아쉬워. 코치 할 때 팀을 옮겨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는데, 내 욕심이지 뭐.

─항상 저보고 '살살 해라'고 하시는데 혹시 다른 구단 포수들한테도 '살살 해라' 해서 지금 좋은 성적을 거두시는 거 아닌가요. (롯데 강민호)

하하하. 진짜 그런가. 사실 민호하고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도 같이 갔고, 광저우도 갔다 왔고. 같은 포항출신인데 민호가 애가 좋아서 잘 접근하고 무슨 이야기를 해도 성격이 참 좋아. 근데 막상 경기장에서 보면 할 말이 없어. 그래서 그냥 '민호야 살살 해레이' 그랬지. 인사지 뭐. 내가 그런다고 니가 일부러 삼진 먹고 그러겠냐.

─대표팀 때 펑고를 치셨는데 그 템포가 상당히 빨랐습니다. 감독님은 보통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힘들어 죽는줄 알았습니다. 지금도 펑고를 그렇게 빠른 템포로 치시는지요.(롯데 이대호)

솔직히 빠르다고 생각하지. 내가 성격이 급한 것도 있고. 근데 좀 빠르게 치면 받는 선수가 딴 생각을 안하는 거 같아. 템포가 느리면 다른 생각을 하거든. 그래서 빨리 쳐. 짧고 굵게 하는거지. 대호가 대표팀에서 처음에 펑고 칠 때는 힘들어하더니, 나중에는 잘 받더만.

─작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끝나고 돌아올 때 감독님께서 제 옆자리에 앉으셨습니다. 그때 제 아버지께 드릴 술을 고민하고 있다가 감독님께서 추천하신 술을 사다 드렸는데 정말 좋아하셨고, 잘 드셨습니다. 감독님은 원래 술에 대해 잘 아시는지요. 좋아하신다면 선수시절 때도 좋아하셨어요?(두산 김현수)

좋아하지. 지금도 좋아해. 근데 잘은 못 먹어. 주량이 소주 1병에서 1병 반 정도. 내가 그동안 외국을 많이 다녀서 술에 대해 쪼매 안다. 그래서 그때 아버님이 드실 적당한 거 골라줬지. 비싸지 않으면서도 좋은 술. (내친 김에 현역시절에 대한 얘기도 했다) 가끔 페넌트레이스 도중에 술을 마실 때가 있었지. 대구시내에 나가면 팬들이 성적 좋을 때는 술이 막 건너와. 근데 성적이 나쁘면 '야구도 못하는 것들이 술이나 먹으러 다닌다'고 욕 많이 먹었지.

─삼성은 (오)승환이를 비롯해 투수진이 워낙 좋은 것 같습니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지셨지만, 다른 팀 투수 중에 탐나는 선수가 있나요? 이 투수는 꼭 우리 팀에 왔으면 좋겠다 하는 선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LG 윤상균)

당연히 있지. 윤석민도 좋고, 류현진도 좋고, 김광현도 좋고. 그냥. 워낙 좋은 선수들이니까. (엄지를 치켜세우며 기자에게) 최고잖아요. (류 감독은 습관처럼 좋은 선수에 대해서는 엄지를 세우며 '최고, 최고'라고 한다. 특히 마무리 오승환 얘기가 나오면 항상 '최고잖아요'라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으셨다는데 어느 정도였는지(삼성 김상수)

그때 고교야구가 인기가 워낙 많을 때라. 내가 다니던 경북고가 4관왕 하고 그랬으니까. 근데 사람들이 내 얼굴은 잘 몰랐어. 대신 교복에 명찰을 보고 사인공세를 하고 그랬지. 그때 교문에 여학생들이 쫙 깔렸으니까. 그래서 친구하고 교복 바꿔입고 나가고 그랬어. 거만 떨려고 한 게 아니라 워낙 사인해 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항상 그라운드에서 유쾌한 모습이 보기 좋다. 너무 잘 나가서 그러는 거 아니냐. 성적이 좋지 않아도 그런 모습을 유지할 거냐.(SK 이만수 감독)

(또 박장대소를 한다. 액션이 늘 크다.) 그럼요. 처음 맡고 성적이 잘 나고 있으니까 좋은데, 안 그래도 선수들에게 항상 밝게 하라고 주문을 합니다. 제 신조입니다. 과거 김용희 감독님이 삼성 지휘봉을 잡고 있을 때 제가 초보 코치였어요. 식사자리였는데, 김 감독님이 '코치들 할 얘기가 있냐'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넙죽 손들고 '코치들 얼굴이 너무 어둡다. 코치 얼굴이 어두우면 선수들이 눈치를 많이 본다. 얼굴부터 밝게 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는데, 김 감독님이 '그거 좋은 얘기야'라고 받아줬어요. 대구=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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