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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로 접착제를 바른 것일까. 투수에게는 공을 던지는 손이 보물과도 같다. 예민한 것은 물론 철저하게 관리를 해줘야 한다. 손톱 역시 마찬가지다. 조금만 관리를 안 해주면 투구 시 손톱에 공이 걸리는 경우가 생긴다. 김 감독은 "우리가 공이 긁힌다고 말하는 날 손톱이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 손가락 끝에서 공을 강하게 채기 때문에 손가락이 조금만 길어도 걸려서 부러진다"면서 "손톱이 부러졌다고 투구를 안할 수 있나. 게다가 긁히는데…. 이럴땐 부러진 부분에 그냥 본드를 바르고 솜으로 지긋이 눌러서 붙였다"고 설명했다. 웃으면서 말했지만, 지금은 상상하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손에 이물질을 바르는데 반칙 투구는 아닐까. 투구 시에 공과 직접적으로 닿는 부분이 아니기에 상관은 없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 "심판에게 손톱이 부러졌다고 하면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걸 양해해주지 않나. 공에 영향이 없기 때문에 단 한번도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또한 그는 "요즘 선수들은 우리 때보다 공을 채는 게 줄었다. 부러지는 일도 적을 것"이라면서 "요즘 선수들도 투명 매니큐어 같은 걸 많이 바른다. 어쨌든 투수에게 손톱 관리는 필수다"라고 말했다. 투수들은 손톱을 깎기보다는 도구로 갈아서 다듬는다. 깎다가 자칫 잘못하면 살점을 건드릴 수도 있고, 길이도 마음대로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그래도 우리 나라 선수들은 현명한 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나 용병 선수들을 보면 수시로 손톱을 물어뜯는다. 그거 보다는 도구로 가는게 낫지 않나"라며 미소지었다.
흔히 고통을 이야기할 때 '살을 깎는 고통'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투수에게는 '손톱을 붙이는 고통'도 있었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