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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에겐 낯선 불펜 사이클, 이래서 힘들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07-19 15:10


최고의 마무리 투수 삼성 오승환은 팔꿈치 수술 후 예전의 구위를 회복해 제2의 전성기를 열고 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KIA 마무리 투수 한기주는 오랜 재활 끝에 복귀했다.
조병관 기자rainmaker@sportschosun.com

해태와 삼성 시절 구원왕 출신 임창용(야쿠르트)도 수술을 피하지 못했다. <스포츠닛폰=본사제휴>

'마무리 3년에 탈 없는 투수 없다'고 한다.

실제 프로야구 출범 30년 동안 어느 누구도 4년 연속 구원왕을 차지한 선례는 없다. 두산 시절 진필중(2000~2002년)과 삼성 오승환(2006~2008년)이 3년 연속 타이틀을 차지한 것이 최다 연속 기록이다.

물론 선발 투수도 탈이 날 위험은 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불펜 보다 적다. 왜 그럴까. 선발과 다른 불펜 투수들의 사이클에 해답이 있다.

불펜 투수들은 '야구단의 3D직종'이란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있다. 투수 출신 야구인들은 "불펜 투수들은 보이는 성적보다 대우를 더 잘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티도 안나는데 몸은 더 힘들기 때문이다. 불펜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예측 불가능한 등판 일정에 있다. 그야말로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너무 크게 이기거나, 너무 크게 질 경우 불펜A조의 임무는 사라진다. 하지만 이 또한 안심할 수는 없다. 대추격전을 펼치거나 반대로 당할 경우 급히 몸을 풀어야 한다.

선발진이 약한 팀의 불펜진은 하중이 더 커진다. 선발이 초반부터 곡예운전을 할 경우 불펜 투수는 하루에 몇번씩 몸 풀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한 세트에 수십개씩 피칭을 몇차례 반복하고도 경기 상황에 따라 실제로는 마운드에 올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육체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상당한 과부하다.

딱 하루 마음이 편한 호사는 전날 많은 피칭으로 아예 불펜 대기 명단에서 빠지는 경우 뿐이다. 드물게 있는 일이고 그나마 경기 상황이 극단적으로 꼬일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는 예정 없는 등판이 이뤄지기도 한다.

투수는 야수보다 예민하다. 컨디션이 매일 좋을 수는 없다. 온 몸의 최적화된 밸런스를 통해 정지된 공에 최대한도의 힘을 실어야하는 작업이라 어느 한 군데만 정상이 아니어도 100% 공을 던질 수 없다. 거의 매 경기 준비해야 하는 불펜 투수의 애로사항이다. 선발 투수에게는 1경기 등판 후 보통 사흘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컨디션을 조절해 최선의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불펜 투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점이기도 하다.


불펜 필승조의 경우 빡빡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선발투수가 지닌 실점의 여유폭이 불펜 투수에게는 없다. 다음 이닝에서 회복하고 만회할 기회가 있는 선발과는 달리 불펜투수에게는 지금 현 순간의 승부가 전부이자 경기 흐름의 분수령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 하나 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불펜 투수는 선발 투수와 육체적·심리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불펜 경험이 없는 선발투수의 갑작스러운 불펜 등판은 무척 위험한 모험이 될 수 있다. 평소 선발투수로 긴 이닝에 맞춘 페이스 조절의 범위를 벗어나 빡빡한 상황에서의 무리한 피칭이 자칫 밸런스와 어깨, 팔꿈치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불펜 투입 후 부진에 빠지는 선발 투수들의 경우 이같은 환경적 차이에서 오는 부지불식간의 과부하를 무시할 수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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