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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3년에 탈 없는 투수 없다'고 한다.
불펜 투수들은 '야구단의 3D직종'이란 자조 섞인 우스갯소리가 있다. 투수 출신 야구인들은 "불펜 투수들은 보이는 성적보다 대우를 더 잘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티도 안나는데 몸은 더 힘들기 때문이다. 불펜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예측 불가능한 등판 일정에 있다. 그야말로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너무 크게 이기거나, 너무 크게 질 경우 불펜A조의 임무는 사라진다. 하지만 이 또한 안심할 수는 없다. 대추격전을 펼치거나 반대로 당할 경우 급히 몸을 풀어야 한다.
딱 하루 마음이 편한 호사는 전날 많은 피칭으로 아예 불펜 대기 명단에서 빠지는 경우 뿐이다. 드물게 있는 일이고 그나마 경기 상황이 극단적으로 꼬일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는 예정 없는 등판이 이뤄지기도 한다.
투수는 야수보다 예민하다. 컨디션이 매일 좋을 수는 없다. 온 몸의 최적화된 밸런스를 통해 정지된 공에 최대한도의 힘을 실어야하는 작업이라 어느 한 군데만 정상이 아니어도 100% 공을 던질 수 없다. 거의 매 경기 준비해야 하는 불펜 투수의 애로사항이다. 선발 투수에게는 1경기 등판 후 보통 사흘간의 시간이 주어진다. 컨디션을 조절해 최선의 상태에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도록 하는 배려다. 불펜 투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점이기도 하다.
불펜 필승조의 경우 빡빡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선발투수가 지닌 실점의 여유폭이 불펜 투수에게는 없다. 다음 이닝에서 회복하고 만회할 기회가 있는 선발과는 달리 불펜투수에게는 지금 현 순간의 승부가 전부이자 경기 흐름의 분수령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 하나 하나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불펜 투수는 선발 투수와 육체적·심리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불펜 경험이 없는 선발투수의 갑작스러운 불펜 등판은 무척 위험한 모험이 될 수 있다. 평소 선발투수로 긴 이닝에 맞춘 페이스 조절의 범위를 벗어나 빡빡한 상황에서의 무리한 피칭이 자칫 밸런스와 어깨, 팔꿈치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불펜 투입 후 부진에 빠지는 선발 투수들의 경우 이같은 환경적 차이에서 오는 부지불식간의 과부하를 무시할 수 없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