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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만이 사는법, "백업의 재미 아시나요"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1-07-19 11:38 | 최종수정 2011-07-19 11:39


넥센 송지만.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베테랑은 말한다. "백업의 재미를 느끼고 있죠. 또 다른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라고나 할까."

백업의 재미? 교체선수로 뛰면서 신이 날 일이 있을까. 하지만 현실을 받아들였다.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사실 하나에 감사하고, 웃는다.

넥센 송지만(38), 어느덧 프로 16년차다. "어느 순간 그런 나이가 됐네요. 체력적으로는 아직 괜찮은데. 그런 거 있죠. 뒤에서 자꾸 밀어낸다는 느낌."

백업 선수로의 전락, 처음 겪어보는 일이다. 올시즌 대타, 아니면 상대가 왼손선발일 때 정도만 나간다. 2군에도 내려갔다 왔다. 성적은 18일 현재 2할4푼, 3홈런, 20타점이다. 데뷔 후 가장 존재감이 없는 시즌이다.

하지만 "고맙죠"라고 한다. "이 나이에 타석에 서는 게 즐겁잖아요"란다. "예전에는 대타나 1.5군 선수들을 잘 몰랐죠. 이제는 이해가 되요. 얼마나 힘든지. 지금 내 입장인데,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라고도 한다. 실망보다는 희망을 보고, 그저 야구에서 행복을 느낀다.

사실 힘든 현실이다. 2군에 있을 때 마음이 약해지기도 했다. 포기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더 뛰자'며 이를 악물었다. "더 하게 되더라구요. 이제는 타석에 섰을 때 '못하면 내려가는구나'는 부담도 있어요. 또 고참으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중압감도 있고."

그런 현실과 함께 더 아픈 사실이 있다. 바닥을 기고 있는 팀성적이다. "성적이 좋으면 내가 못쳐도 뒤에서 치면 되지라는 생각에 묻어갈수도 있는데 그게 안되잖아요. 후배들이 보고 있고, 팀에서 바라는 모습도 있고. 젊은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은 이제 내 일이 아니고, 주어진 위치에서 어떻게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할 일이죠." 책임감이 크다.


그래서 더 야구에 매달리는 지 모르겠다. "바닥에 있을 때 그만두고 싶지 않아요. 성적이 나고 후배들과 재미있게 야구를 해보고 옷을 벗던가 해야죠"라며 웃는다.

"안타까워요"는 말도 나왔다. 후배들에 대한 아쉬움이다. "솔직히 넥센이 전력이 약한 만큼 기회도 많이 주어지는 팀이잖아요. 그 기회를 잡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안보이는 후배들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안타깝죠. 좀 만 더 열심히 하면 되는데." 선배의 마음이 그렇다.

18일까지 송지만의 통산 타율은 2할9푼1리다. 한 때 프로야구판에 이름을 날렸던 스타다. 지금, 그런 화려한 명성은 없다. 다만 '백업의 재미'를 새록새록 느끼는, 새롭게 눈을 떠가는 송지만이 있을 뿐이다.
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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