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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넥센 김시진 감독은 취재진과의 대화 도중 포수 강귀태의 이름이 나오자 고개부터 가로저었다. 부상에서 회복하자마자 타구에 발가락을 맞아 깁스를 한 상태라는 말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리가 기다려주는 게 아니지"라며 입을 뗀 김 감독은 "그 자리를 꿰차며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선수들을 봐라. 그냥 기회를 잡는게 아니다. 선천적 소질이나 후천적 노력 중 하나가 있기 마련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프로의 냉정함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프로에서 10년을 뛰어도 1군 무대에서 1승 한 번 못해보고 사라지는 선수가 얼마나 되는지 아냐"라고 반문하며 "만약 소질이 부족하다면 조금만 더 노력해서 넘어서면 된다. 그걸 못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건너편 덕아웃의 박종훈 감독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LG는 올시즌 유독 주축선수들의 부상이 많다. 하지만 '1.5군'이라 불리는 백업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4위를 달리며 9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박 감독은 "6월과 7월에 정말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부상 선수들의 공백 보다는 1.5군 선수들이 계속된 출전으로 많이 성장한 것이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곧이어 "팀 내 경쟁을 유발하는 방법에 여러가지가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팀은 자연스럽게 경쟁 체제가 갖춰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LG는 올시즌 서동욱 정의윤 김태완 윤진호 등의 선수가 주전급으로 발돋움했다. 부상 선수들의 공백이 아쉽기도 하지만, 이들의 발굴 또한 큰 소득이다. 박 감독은 김 감독과 똑같이 "프로에 고정된 자리는 없다"면서 "그동안 우리팀에 경쟁이란 없었다. 이번에 자연스럽게 생성된 경쟁 효과는 앞으로 큰 힘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경기가 진행되자 양팀 감독은 넥센 선발 김성태의 투구동작에 대해 신경전을 주고 받았다. 평소 친분이 있는 두 감독이지만, 그들의 말처럼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목동=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