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의 최다 80경기, KIA의 두가지 우려

KIA는 13일 현재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다. 에이스 윤석민이 지난 8일 잠실 LG전에서 빗 속에 역투를 펼치는 모습. KIA는 이날 1대0 6회 강우 콜드게임으로 승리했다.
정재근 기자 [e-mail]

"비를 피해 다녀요."

KIA 관계자의 푸념 섞인 하소연이다. KIA는 올시즌 '우천 취소'와 가장 인연이 없는 팀이다. 타 구장이 모두 취소된 잔뜩 흐린 날씨 속에서도 KIA는 꿋꿋하게 경기를 치렀다. 13일 현재 80경기. 가장 적게 치른 SK, 두산(72게임)보다 무려 8경기나 많이 소화했다. KIA 조범현 감독은 우천 취소 여부에 대해 늘 "순리대로…"라며 담담해 한다. 실제 KIA는 올시즌 강우콜드게임 1승1패를 기록중이다.

문제는 추후 편성될 잔여경기와 무승부 변수다. 사실 타 팀보다 너무 많이 하는 것도, 너무 적게 하는 것도 결코 좋은 일만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다. 하지만 순위싸움에 민감한 프로야구단은 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비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KIA로서는 고민이 없을 수 없다.

더블헤더 등 일정상의 변수

유독 길게 머물던 장마는 이번주를 끝으로 물러날 전망. 하지만 더 이상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장마가 그치면 태풍이 온다. 이미 올해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관측되는 '망온'이 북상중이다. 다음주 초부터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 지구촌 이상기온 속에 태풍의 발생이 빈번해질 경우 우천 취소 경기는 예상보다 더 많이 늘 수 있다.

잔여 경기 일정을 고심중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가급적 더블헤더를 피한다는 방침이다. 잔여경기 중 일부를 월요일에 편성하는 방법도 고려중이다.

하지만 취소 경기가 더 늘어나는 최악의 상황에는 더블헤더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노(No) 더블헤더'를 낙관하고 있는 KIA로서는 만에 하나 더블헤더나 잔여 일정이 촘촘하게 잡힐 경우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잔여 경기가 가장 적은 팀만의 장점을 살릴 수 없기 때문. 띄엄띄엄 잡혀야 '윤석민-로페즈'의 선발 집중 투입이 가능하다. 그래야만 경기를 많이 남겨둔 경쟁팀의 '하위팀 매치업 플러스 효과'(4강 탈락 확정팀이 내년을 대비해 주력 멤버 대신 유망주를 집중 투입해 전력이 약해지는 현상)를 상쇄할 수 있다.

KIA 구단의 한 관계자는 "더블헤더 자체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정상 경기수만큼 치른 우리팀에 더블헤더를 편성하는건 너무한게 아니냐"는 입장이다.

무승부 변수, 1위 싸움 변수될까

KIA는 13일 현재 48승32패로 삼성(44승2무29패)에 0.5게임 앞서 있다. 하지만 2위다. 순위 판단의 기준인 승률에서 3리가 밀리기 때문이다. 승차에서 앞서지만 승률에서 뒤지는 상황. 올시즌부터 바뀐 '무승부 규정' 탓이다.

지난해까지 유지돼 온 '무승부=패' 규정은 올시즌을 앞두고 폐기됐다. 이에 따라 승률 계산법은 기존의 '승수/경기수'에서 '승수/승+패'로 바뀌었다. 승률 계산법에 있어 무승부가 '패→노게임'으로 '격상'된 셈이다.

만에 하나 삼성과 KIA 간 치열한 1위 싸움이 시즌 끝까지 아슬아슬하게 이어질 경우 삼성의 2무는 순위 싸움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양 팀이 현재 승률 페이스를 시즌 막판까지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삼성이 79승2무52패, KIA가 80승53패를 기록할 경우 삼성은 승률 1리 차로 앞서며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최근 4년간 한국시리즈 직행팀의 우승 확률은 100%. '추격자' 입장인 KIA로서는 삼성의 무승부 2경기와 삼성보다 5경기를 더 많이 치른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현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