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고민' KBO, "더블헤더 대신 월요일 경기 고려"

여느해보다 긴 장마로 인해 잔여일정 편성을 놓고 KBO가 딜레마에 빠졌다. 지난 13일 롯데와 한화전이 장맛비로 인해 취소됐다. 비에 흠뻑 젓은 사직구장에서 한화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부산=송정헌 기자 [e-mail] 2011.7.13

여느해보다 길게 늘어지고 있는 장맛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딜레마에 빠졌다.

잔여경기에 대한 KBO의 고민은 크게 두가지. 구단 간 형평성과 프로야구 흥행에 대한 동시 고민이다. 이 두 사항은 상충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이 문제다.

13일 현재 우천 취소 경기는 총 32경기. KBO는 장마가 지나간 뒤 구단과 각 팀 감독들과 상의한 뒤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 잔여 경기 일정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형평성의 문제

올시즌은 유독 구단 간 편차가 심하다. KIA는 13일 현재 80경기를 소화해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경기를 치렀다. 두번째는 한화로 79경기를 소화했다. 반면, SK와 두산은 각각 72경기 밖에 치르지 못했다. 넥센도 73경기에 불과하다. 최다 경기 팀과 최소 경기 팀 간 8경기의 편차가 난다는 점이 KBO의 고민이다.

잔여 경기 일정을 얼마만큼 촘촘하게 편성하느냐 여부에 따라 선발 로테이션에 있어 팀마다 유·불리가 생길 수 있다. 잔여 경기 일정 속에서도 하위팀의 순위 확정 여부에 따라 상대적 유·불리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더블헤더를 치러야 할 경우 KIA처럼 많은 경기를 소화한 팀을 대상에 포함시켜야하는지 여부는 또 다른 고민거리다.

흥행의 문제

순위가 결정된 이후의 싱거운 경기는 KBO의 600만 관중 동원 목표에 악재가 될 수 밖에 없다. 팬들의 야구장 나들이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관중이 많은 주말에 경기를 집중 편성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만에 하나 더블헤더를 치를 경우 수익 감소도 불가피하다.

13일 현재 301경기에서 392만5480명의 관중을 동원한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는 산술적으로 무려 693만8058명의 기록적 관중 동원이 가능하다. 사상 첫 600만 관중을 훌쩍 넘는 폭발적 흥행세를 각 구단의 형평성과 조화롭게 이어갈 수 있느냐 여부를 놓고 KBO는 고심하고 있다.

더블헤더 대신 월요일 경기

더블헤더는 형평과 흥행의 두가지 측면에서 피해야할 적이다. KBO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KBO 정금조 운영팀장은 14일 "가급적 더블헤더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더블헤더보다는 차라리 월요일 경기를 편성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점은 WBC 등 국제대회가 없는 올시즌 일정이 비교적 여유가 있다는 사실이다. 정 팀장은 "아시아시리즈가 일본 지진 여파로 11월23일부터 개막되기 때문에 9월말까지 시즌을 소화하고 10월 5~7일쯤 포스트시즌을 시작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올스타 브레이크 동안 열릴 감독자 회의 등 현장, 구단과 의사소통을 통해 잔여 일정을 상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현석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