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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선발 로테이션에 살아남은 선수는 게리 글로버뿐이다.
궁여지책 선발 로테이션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에이스 김광현은 부진하다. 무너진 밸런스를 위해 일본 후쿠오카의 베이스볼 클리닉센터에 들어갔다. 송은범은 마무리로 돌아섰다. 선발 로테이션이 붕괴되면서 부담이 가중된 불펜에 힘을 더하기 위해서다. 매그레인은 퇴출됐다. 애초부터 기량이 많이 모자란 선수였다. 여전히 믿음직스러운 글로버만 살아남았다.
사실 그동안 SK 선발 로테이션은 정체된 느낌이 많았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서도 김광현과 매그레인을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 시즌 초반 이영욱과 엄정욱은 담금질이 필요했다. 이런 정체현상은 SK 선발진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신적으로 강인한 선발들
사실 기량 자체로 보면 시즌 초반 선발진이 훨씬 나은 게 사실이다. 김광현과 송은범은 SK의 원-투 펀치다. 이영욱과 엄정욱은 기량 측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선발진은 정신적으로 강인하다. 이영욱과 엄정욱은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중간에 투입된 고든 역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는 메이저리거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불확실한 메이저리거의 꿈보다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한국용병투수를 택했다.
에이스가 된 글로버 역시 마찬가지다. 김광현이 없는 공백을 메워야 한다. 좀 더 긴장할 수밖에 없다. 5선발로 유력한 고효준도 확실한 기회를 잡아야 한다. 여기에 SK는 젊은 피를 대거 수혈하고 있다. 초잠수함 박종훈과 2군에서 담금질하고 있는 김태훈이 있다. 여기에 중간계투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희수도 있다. 시즌 초반보다 정신적으로 강인한 선발진들때문에 SK는 좀 더 다양한 카드를 장착한 느낌이다.
미래를 대비한 대대적인 변화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있지만, 지금 투수 로테이션의 대대적인 변화는 향후 SK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유리하다. 당장은 고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의 과감한 기용은 SK 선발진의 경쟁체제를 더욱 치열하게 구축할 수 있다. 김광현이 돌아오면 이같은 경쟁체제의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다.
박종훈 김태훈 박희수는 SK의 미래다. 앞으로 SK의 마운드를 책임질 선수들이다. 김 감독은 "지금 2군에 내년에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고 했다. 세 영건들의 전격 1군 기용은 1, 2군 모두에게 활력을 줄 수 있다. 최근 SK의 변화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