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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용의 '뱀직구', 왜 고무줄 스피드인가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7-13 12:48


임창용이 직구 구속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올시즌 늘어난 이닝수와 일본프로야구의 경기시간 제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임창용의 투구모습. 사진=스포츠닛폰 본사제휴

야쿠르트 임창용의 '고무줄 구속'이 계속되고 있다.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천차만별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임창용은 12일 주니치전에서 6-4로 앞선 상황에서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18세이브째를 거뒀다. 시즌 방어율은 1.71. 야쿠르트는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고 임창용은 세이브 공동 2위다. 리그 최고 마무리투수의 명성은 여전하다.

고무줄 구속

임창용은 12일 주니치전에선 직구 최고구속이 151㎞까지 나왔다. 대체로 147㎞ 이상을 연속으로 던졌다.

시즌 초반에는 훨씬 느린 직구를 던졌다. 작년까지 임창용에게서 구경하기 힘들었던 140㎞ 안팎의 직구가 수시로 등장했다. 시속 145㎞를 넘는 경우도 잘 없었다. 연이어 세이브를 따내면서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임창용답지' 않았다. 팬들 사이에선 그게 화제가 됐다. '나이가 있으니 이제 구속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는 팬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기우였다. 지난달 14일 세이부와의 인터리그 경기에선 최고 156㎞, 최저 137㎞짜리 직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도 했다. 당시 경기에선 5-5 상황에서 연장 10회에 임창용이 등판해 2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팀은 연장 11회에 점수를 뽑아 승리했고, 임창용은 시즌 첫 구원승을 기록했다.

그후에도 임창용은 필요할 때면 150㎞ 이상의 강력한 직구를 수시로 던졌다. 물론 140㎞짜리 직구도 계속 등장했다.

이닝수 증가의 까닭


임창용은 12일 현재 벌써 33경기에서 31⅔이닝을 던졌다. 세이브 공동 2위인 한신의 후지가와 규지가 22⅓이닝을 던진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많다.

일본에 간 뒤 임창용의 한시즌 최다이닝은 2009년의 57이닝이었다. 올해는 현 페이스가 계속된다면 대략 71이닝 이상을 던지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닝이 많아진 첫번째 이유는 야쿠르트의 좋은 성적에서 찾을 수 있다. 접전에서 많이 승리한 팀이 리그 1위를 달리는게 당연하다. 야쿠르트가 최근 수년간 가장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연스럽게 임창용의 등판 기회도 늘었다.

또하나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올해 일본프로야구는 대지진 여파로 인해 경기시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 3시간30분을 초과할 경우 새로운 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

그로 인해 마무리투수의 개념이 약간 달라졌다. 지금은 동점, 심지어 1점차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등판할 수 있다. 3시간30분 초과가 예상될 경우 일단 막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임창용은 올해 동점 상황에서 등판하는 일이 잦아졌다. 야쿠르트 구단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시즌 직전에 임창용에게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임창용의 각오

이런 환경 속에서 임창용도 어차피 올해 이닝수가 늘어날 거라는 점을 예상했다. 그렇다면 체력 관리가 예년보다 중요하다.

3점차 정도에서 등판할 경우엔 최대 구속을 내지 않는다. 올시즌을 앞두고 직구의 회전수를 늘리는 요령을 강조했다. 구속은 140㎞대 초반이라도 공끝만 좋으면 충분히 통한다는 믿음 속에, 임창용은 '슬슬 직구'를 던졌다. 물론 보통의 투수에겐 절대 '슬슬'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중요 상황에선 애프터버너를 켠다. 지난달 14일 세이부전이 대표적 사례다. 그날 야쿠르트는 0-5로 지고 있던 경기를 차근차근 따라붙어 9회에 5-5 동점을 만들었다. 흐름이란 게 있다. 당시 임창용은 "어렵게 따라붙은 경기를 내가 실점해서 넘겨주면 팀 분위기가 확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많이 긴장하면서 던졌다"고 했다. 전력피칭을 하니 그날 156㎞ 직구가 등장했다.

지금 임창용은 세이브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팀의 우승에 훨씬 더 큰 가치를 두고 있다.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거액의 FA 계약까지 마련해준 구단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절대 세이브가 불가능한 상황에 등판해도 개의치 않는다. 시즌이 반도 지나지 않았으니 구속 조절을 통해 체력을 아끼겠다는 의지다. 시즌 막판까지 지치지 않고 팀을 구원하겠다는 마음이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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