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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코리, 그는 출국 전까지 훈련을 멈추지 않았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7-13 12:42


◇롯데 코리가 8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와 경기에서 3회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오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인천=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시작은 좋았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기대 이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서 완벽한 투구로 양승호 감독에게 부임 후 첫 승을 안겼다. 그렇게 그의 '코리안 드림'은 실현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13일 유니폼을 벗고 한국에 함께 왔던 아내, 두 딸과 함께 인천공항에서 오후 5시 미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지난 9일 퇴출된 롯데 용병투수 브라이언 코리의 얘기다.

코리는 8일 인천 SK전 등판을 마친 다음 날인 9일 방출 통보를 받고 코칭스태프, 선수단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 신변정리를 위해 부산으로 이동했다. 여느 중도 퇴출된 용병들과 같이 한국 생활 마무리를 위해 바쁜시간을 보냈다. 중요한건 10일부터 출국일인 13일까지 매일같이 사직구장에 출근을 했다는 것.

개인훈련을 위해서였다. 코리가 부산에 내려온 후 곁을 지키며 도움을 준 롯데 이정홍 통역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운동 시간은 꼭 챙기더라"라고 했다. 이 통역의 말에 따르면 코리가 "내 야구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하루라도 훈련을 거를 수 없다"라고 하며 웨이트트레이닝에 열중했다. 심지어는 출국일인 13일 아침 구장에 다른 선수들이 없는 틈을 타 운동을 하기도 했다. 보통 퇴출 통보를 받은 용병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랐다. 고국으로 떠나기 전 주어진 2~3일의 시간 동안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용병이 과연 몇이나 됐을까. 수많은 용병들을 지켜봐 온 롯데 서정근 홍보팀장은 "이렇게 성실한 용병은 정말 처음 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 통역은 이런 코리도 처음 퇴출 통보를 받았을 때는 크게 아쉬워했다고 했다. 올시즌 마지막까지 롯데를 위해 뛰고 싶었고, 개인적으로는 지난 2일 대구 삼성전에서 호투하며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몇 차례 기회가 더 주어질 줄로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험 많은 노장답게 곧바로 팀의 결정을 수용하고 차분히 마음을 정리했다고 한다. 코리와 친분이 두터웠던 투수 송승준은 "12일 잠시 짐을 챙기러 왔다길래 만나 얘기를 나눴다. 아쉽지만 구단의 결정을 이해한다고 하더라. 미국에 가서도 건강하라는 말을 전해줬다"고 했다.

4승3패1홀드1세이브, 방어율 4.23. 코리가 한국무대에서 남긴 기록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초라하지만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최선을 다해 던졌다. 단, 적지 않은 나이의 영향으로 80개 정도의 투구수가 넘어가면 급격히 구위가 떨어지는 치명적 약점은 어찌할 수 없었다. 롯데는 현재 이닝이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발자원이 절실한 상황. 롯데도 결단을 내려야하는 순간이었다.

프로무대는 냉정하다.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 특히 용병에겐 더욱 그렇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코리의 퇴출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경기 전 그 어떤 선수보다도 열심히 훈련하며 땀을 흘리던 코리의 모습이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코리의 건투를 기대해본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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