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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지만은 왜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을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최고 셋업맨인 안지만은 비 때문에 등판 일정이 일정치 않았기 때문인지 1이닝 동안 4안타를 허용하며 3실점했다. 경기는 4-4 동점이 됐다. 이 순간, 장원삼의 승리투수 요건은 사라졌다.
안지만이 3실점한 뒤 내려오자 삼성 타선은 7회초에 1점을 냈다. 결국 삼성의 7대4 승리로 끝났다. 여기까지만 보면 안지만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는 듯 보였다. 이닝을 마친 뒤 강판했고, 직후에 삼성이 추가점을 내면서 안지만이 '리드 시점에서 내려간 투수'가 됐기 때문이다. 만약 승리투수가 됐다면 안지만은 시즌 10승으로 다승 공동선두가 될 수 있었다.
'효율적인 피칭'의 조건이 강하게 적용된 케이스다. 현장에 있었던 KBO 한인희 기록위원은 "고민을 했는데 3점차에서 동점을 내준 안지만에게 승리를 주는 건 힘들었다. 안지만이 주자 2명 정도 있는 상황에서 나와 3실점하고 자책점이 1점이었다면 승리를 줬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리드 시점 보다는 효율적인 투구가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일반 팬들이 대체로 알고 있는 상식과는 다르다. '효율적인 피칭'을 고려하는 건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했을 경우에만 한정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12일 경기처럼 장원삼이 5회를 마친 케이스라면, 그후엔 일종의 공식처럼 리드 시점을 갖는 투수가 승리를 기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효율적인 피칭'이 적용된다. 한 위원은 "한시즌에 한두번 있을까 말까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대체로 '효율적인 피칭'을 판단할 때, 리드 시점 이외에 이닝수, 현장감, 등판 순서 등 여러가지가 고려된다. 쉽지 않은 일이다. 팀 입장에서 보면 승리와 홀드가 기록될 경기에서 홀드 하나가 날아간 셈이 된다.
이날 삼성 덕아웃에서도 경기중에 "누가 승리투수가 될까"를 놓고 선수들이 웅성거렸다고 한다. 좀처럼 보기 드문 사례였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