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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는 지난 2000년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로 LG의 유니폼을 입었다. LG 역시 계약금 1억3500만원을 안기며 김광수에게 큰 기대를 가졌다. 군 문제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관됐을 때도 끝까지 그를 기다려줬다. 그는 "프로에서 뛰게 해준 팀이고, 오랜 시간 날 기다려주기도 했다. LG에게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만 든다"고 했다.
올시즌을 앞두고는 팀의 마무리 투수로 낙점됐다.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마무리라는 보직의 부담감은 생갭다 컸다. 시즌 초부터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결국 5월13일 목동 넥센전에서 한 타자를 남기고 교체된 뒤, 2군행을 통보 받았다. 김광수는 이에 대해 "팀의 성적을 책임지는 자리이기에 부담이 없던 것은 아니다"라며 "내가 잘 했어야 되는데, 팀에 정말 죄송하다"고 답했다.
또다른 트레이드 당사자, 유원상은 어땠을까.
유원상은 11일 오전 대전구장에서 2군 훈련 도중 트레이드를 통보받았다. 어안이 벙벙했다. 비가 오는 하늘이 마치 자신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금세 마음을 추스렸다. 훈련을 중단하고 2군 선수단과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동료들이 아쉬워해도 애써 웃음을 지었다.
앞서 트레이드를 경험해봤던 선배 안영명은 따뜻한 조언을 해줬다. 안영명은 지난해 시즌 도중 KIA의 유니폼을 입었다 올시즌을 앞두고 한화로 돌아왔다. 안영명은 "어떤 심정인지 잘 안다. 팀 분위기가 바뀌기 때문에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라며 "누구에게든 인사를 잘 해라. 금세 친해지고 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유원상은 2군 코칭스태프와 구단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큰 도움이 못되서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코칭스태프 갑작스런 트레이드가 당황스러웠다. 그저 "열심히 해라"는 격려 밖에 해줄 수 없었다.
유원상은 짐을 챙기기 위해 대전구장 근처 원룸으로 돌아왔다. 혼자 짐을 챙기는데 휴대폰이 계속 울렸다. 유원상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1군에 있는 동료들한테 많은 전화를 받았다. 특히 친했던 양 훈, 윤규진과는 얼굴도 못보고 헤어진다. 전화로만 인사해서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혼자 짐을 챙기고 있는데 아버지인 유승안 경찰청 감독이 방으로 찾아왔다. 유 감독은 아들에게 "대전에 볼 일이 있어 들렀다"고 말했지만, 내심 걱정이 됐다. 고기집으로 데려가 밥을 사주며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분위기 전환이 될 수도 있지 않나. 잘 됐다"고 따뜻하게 격려해줬다.
유원상은 "고등학교 때부터(천안북일고) 이쪽에 있었다. 짐을 싸니까 그동안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그 생각을 하니 착잡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유원상을 오후 내내 짐을 싸고, 방까지 내놨다. 다음날(12일) 점심까지 LG 선수단에 합류해야 했다. 저녁이 되자 최소한의 짐만 들고 서둘러 서울로 향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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