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대화 감독이 우천취소에 목을 맨 이유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7-11 08:46


8일 오후 대전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넥센과 한화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었다. 슬리퍼 차림의 한대화 감독이 윤동균 경기감독관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한대화 한화 감독(51)은 10일 대전 넥센전이 우천으로 취소되자 크게 반겼다.

11일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에서 예정된 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의 기념촬영 참가를 위해 급히 상경을 준비하면서도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 감독은 지난 주말 넥센과의 3연전때 내내 장맛비가 오락가락 하자 우천취소를 대놓고 학수고대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을까. 한 감독의 바람대로 한화는 3경기중 2경기를 쉬었다.

상대팀이 최하위인 데다, 군산 KIA전 3연패로 힘빠진 상태에서 대전으로 달려온 넥센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승이라도 아쉬운 한화 입장에서는 경기를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감독에게는 우천취소에 목을 매달 수 밖에 없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한 감독은 지난 해 체력 저하에 따른 여름 징크스에 시달렸다. 2010시즌 월별 승패 현황을 보면 8월 승률이 0.261(6승1무16패)로 가장 저조했다. 8월 악몽이 없었으면 최하위는 면할 수 있었다.

전력과 백업 자원이 탄탄하지 않은 가운데 빡빡한 경기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이 빠진 바람에 여름고개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시즌에도 너무 강행군을 했다. 이번에 넥센전 2경기를 건너뛰었는데도 불구하고 8개팀 가운데 KIA(79경기) 다음으로 많은(78경기)를 치렀다.


우천취소의 복이 지지리도 없는 바람에 두산(71경기)에 비해서는 7경기나 더 치렀다. 5, 6월에 꼴찌 탈출을 위한 반전 드라마를 찍느라 피로도는 더욱 가중됐다. 아니나 다를까. 부상 때문에 동계훈련을 하지 못한 장성호가 서서히 체력의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에이스 류현진과 타선의 핵 최진행, 안방마님 신경현이 잇달아 부상으로 주저앉았다.

핵심 주전이 무더기로 빠진 상황에서 시간을 벌어놓는 게 급선무였다. 한 경기라도 취소돼 시간을 벌어놔야 이들의 부상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이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작년의 악몽이 재현될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2군에서 끌어올려다 쓸 자원이 있으면 무슨 걱정이겠는가. 하지만 다른 팀의 2군 전력으로 1군을 끌어가는 형편에서는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상책인 것이다.

여기에 한 감독은 한화의 우천취소가 절실한 이유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덧붙였다. 팬 서비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한 감독은 "이 상태로 가다가는 경기를 월등히 많이 치른 우리 팀이 일찌감치 시즌을 마치게 된다. 그러면 프로야구가 재미없어지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프로야구의 전체 흥행을 위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기우제를 지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화의 화끈한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시즌 정규일정이 끝나고 나서 다른 팀들의 잔여경기만 보게 한다면 팬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는 게 한 감독의 우스꽝스런 설명이다.

한 술 더 떠 한 감독은 궂은 날 경기하면 관중이 줄면서 평균 관중 실적도 낮아지는 것은 물론, 600만 관중 시대에도 찬물이 될 수 있으니 과감하게 쉬는 게 좋다고 강변한다.

역시 '야왕'은 우천취소에도 많고도 깊은(?) 뜻을 품고 있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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