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준의 호투와 홈런 두 방에 가렸지만, 이 날 돋보였던 것은 다름 아닌 LG 불펜진이었다.
선발 박현준이 마운드를 내려간 7회초부터 LG 불펜진이 가동됐다. 한 희 이상열 김선규가 ⅔이닝씩 이어 던지며 7회와 8회를 막아냈다. 마지막 9회초에는 의외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바로 신인 임찬규였다. 실질적인 LG의 마무리 투수였던 임찬규는 지난달 17일 잠실 SK전에서 4연속 볼넷으로 자멸한 뒤 철저한 관리를 거쳤다. LG 코칭스태프는 투구 밸런스와 자신감 회복을 위해 박빙의 상황에서는 임찬규를 절대 등판시키지 않았다. 승부의 추가 기울었을 때만 등판시키면서 조금씩 구위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임찬규는 마지막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LG의 승리를 확정짓는 세이브를 올렸다. 29일 만에 거둔 시즌 6세이브였다.
박 감독의 승부수를 두고, 불펜진에 대한 질책성 전략이라는 말도 있었다. 선발 투수들이 대신 나서 경기를 막는 모습을 보면서 각성을 촉구했다는 것. 하지만 박 감독의 의도는 달랐다. 박 감독은 8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이번 기회를 통해 불펜 투수들이 마음의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본인들이 가장 답답하고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일시적인 변칙 운용을 통해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고, 자신감이 회복되길 기다린 것이다.
이날 등판한 불펜 투수 중 이상열 김선규 임찬규는 LG의 필승조다. 이들은 모두 박 감독의 바람대로 여유있게 공을 던졌다. 이전처럼 무기력하게 볼넷을 허용하지도 않았고, 주자가 나가도 자기 볼을 던졌다. 특히 임찬규는 세 타자 중 두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었다.
질책이 아닌 포용으로 불펜 투수들을 살려낸 박종훈 감독. 그의 따뜻한 리더십이 다시 한 번 LG의 상승세를 이끌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